고금리에 수익률 마이너스 행진…개인은 ‘물타기’ 투자
긴축 종료 기대감↑…“장기간 동결 땐 유연한 대응 필요”
미국 장기채·엔화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 매수세가 몰린 가운데 금리 인상 사이클이 멈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익률이 회복 구간에 들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고금리 고착화 우려로 관련 상품들의 부진이 지속됐지만 최근 들어 긴축 종료 신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1월2일~11월3일) 미국 30년물 국채에 투자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를 각각 2437억원, 1633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국내 ETF 중 개인 순매수액 각각 3위,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뭉칫돈이 꾸준히 몰렸지만 손실 폭은 적지 않다. 이 기간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마이너스(-)19.53%(1만60원→8095원)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도 14.23%(8680원→7445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 장기채 ETF는 금리가 치솟으며 큰 손해를 봤음에도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채권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점에서 장기채가 금리 하락기에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이후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채권금리가 급등하며 평가손실이 계속 불었지만 개인들은 ‘물타기’ 투자에 나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엔화 반등에 배팅했던 개인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개인은 연초 이후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938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10.23%(9430원→8465원)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의 긴축 조치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 9월 엔화값이 100엔당 800원대로 8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이달 들어서도 8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다.
특히 미국 장기채 금리 하락(국채 가격 상승)과 엔화 상승이란 두 가지 수익을 동시에 노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 장기채 ETF를 사들인 일학개미들의 속앓이가 커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ETF를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3억4924만달러(약 4675억원) 어치나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다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연준이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9월과 동일한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사실상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낙관론이 퍼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5.25%로 동결했다. 미국과 영국 모두 필요할 경우 추가 긴축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추진해왔던 긴축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다만 연준이 당장의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는 않는 만큼 장기물 채권 투자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물 채권 투자는 내년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며 “연준은 현재 기준금리 5.50%에서 장기간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데 과거 금리가 장기간 동결됐던 기간의 시장금리 움직임을 보면 오랜 기간 등락이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의 경우 본격적인 반등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은 매우 신중할 것으로 예상돼 엔화의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인 엔화 강세 시현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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