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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도 기금은 남의 손에 맡긴다…한국과 차이는 관리능력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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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도 기금은 남의 손에 맡긴다…한국과 차이는 관리능력 [시그널]
미국 캘리포니아주 노스할리우드의 한 커피숍에서 비영리재단을 위한 자문사인 노스피어의 그레고리메츠거 매니징파트너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임세원기자

월가 출신 전문가를 보유한 미국의 대학도 전체 자산의 최소 80% 이상은 외부위탁운용(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에 맡긴다. OCIO 자문사인 노스피어(North Pier)에 따르면 미국의 블랙록 등이 속해있는 OCIO운용사의 자산규모는 2022년부터 연평균 5.5%씩 성장해 2025년까지 자산운용규모가 3조 달러(39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미국의 주요 대학은 위탁을 하더라도 자산을 굴릴 운용역의 실력을 직접 검증해 선택하는 등 전문가를 감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는 그동안 전체 자산의 절반을 직접 운용했지만 최근 그 비중을 20%로 줄이고 80%를 외부에 맡겼다. 예일과 스탠퍼드, 프린스턴 등 나머지 주요 대학은 채권 등 거시 환경을 따르는 일부를 제외하면 자산의 90% 이상을 외부 운용사가 굴리고 있다. 미국에는 중소형 대학을 위한 대학 전용 OCIO도 존재한다. 마케나캐피탈은 스탠포드 최고투자책임자가 만든 대학기금 전용 운용사로 50개의 대학기금과 재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위탁 운용사와 소속 투자전문가를 직접 만나 선정하고, 투자건을 함께 검토하며, 전체 기금운용의 근간이 되는 재정계획이나 가장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수익률을 추산하는 스트레스테스트, 자산별 비중을 미세조정하는 리밸런싱을 직접 한다. 최근 하버드와 예일·스탠포드 대학 CIO를 만난 포항공대 관계자들은 “이들은 상위 1%에 속하는 운용역 전문가를 엄선해 맡긴다”고 말했다.

위탁운용이 대세인 미국의 대학들도 외부 위탁에 따른 수수료 부담과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는 항상 논란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문사를 통해 일정한 잣대를 매기기 어려운 사모투자를 엄밀하게 실사하고 기존 투자계약의 빈틈을 파고드는 검증을 맡기기도 한다. 운용사와 별개로 동문 출신의 업계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 시켜 평가하기도 한다.

UCLA대 등 대학기금을 위해 자문하는 노스피어의 그레고리메츠거(Gregory Metzger) 매니징파트너는 “우리는 모든 대학기금이 140개 OCIO를 비교할 수 있는 개방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투자 기간 중단에 OCIO의 누가 각 투자를 책임지는지 확인하고, 운용 계약에 대학이 불리한 점이 있다면 수정을 요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중소 대학은 중소형 운용사에 맡겨 수수료를 절약하면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형운용사보다 더 집중해서 대학 고객을 관리하는 특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기금의 공동 투자도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이다. 글로벌 투자조사시관 프레킨의 미셀패터슨(Michael Patterson)은 “미국도 중소 대학은 기부금 규모가 적어 재정이 탄탄하지 못하다”면서 “사모투자를 위탁할 경우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같은 투자에 펀드 출자 외에 수수료가 없는 공동 투자 비중을 늘려서 비용을 절감한다”고 전했다.

국내 대학 역시 OCIO가 기금운용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국내 상장 주식에만 투자하는 일반 자산운용사의 펀드 등 제한된 자산에만 투자하면서 연간 2~3%대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대학들이 낮은 수수료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국내 대학 관계자는 “여러 대학이 하나의 기금을 조성해 외부 위탁을 맡기자는 대안이 오래전부터 등장했지만, 각자 투자목표나 기간이 다른 대학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할만한 운용사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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