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실험…팩토리아울렛 광명점, 패션 회사서 매입해 직접 판매
1∼3년 차 재고상품 최대 90% 할인…”가격이 최우선”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아웃렛보다 더 싼 팩토리아울렛이라더니 맞네요.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지난 2일 방문한 ‘팩토리아울렛 광명점’은 평일임에도 점심시간을 맞아 고객 발길이 이어졌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전국 22개 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은 본래 ‘연중 상설 할인’을 모토로 해서 다른 백화점과 달리 할인 행사를 따로 홍보하지 않는다.
4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팩토리 아울렛’은 기존 뉴코아아울렛 광명점이 탈바꿈해 지난 9월 15일 문을 연 곳이다.
이랜드는 기존 아웃렛보다 더 싼 팩토리아울렛을 국내에서 실험해보기로 하고 매장 규모가 가장 작은 뉴코아아울렛 광명점을 1호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팩토리아울렛으로 전환된 광명점 2∼5층을 직접 돌아보니 뉴발란스 등 129개 브랜드 상품 가격이 최소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티셔츠·니트부터 골프복까지 1만원·2만원·3만원 균일가에 파는 옷이 많고, 청바지는 2만원 미만, 모직 코트 등 아우터도 5만원 안팎에 팔렸다.
남성 와이셔츠는 1만원 미만, 엘르·닥스 등 브랜드 넥타이가 5천원 균일가에 판매됐다.
이랜드의 일반 아웃렛은 신상품과 1년 차 재고 상품을 주로 내놓는다.
반면, 팩토리아울렛은 2년 차 재고 상품 비중이 60%로 가장 많고, 1년 차와 3년 차 재고 상품을 각각 20% 채웠다.
통상 1년 차 상품은 소비자 가격에서 50%, 2년 차 상품은 70∼80%, 3년 차 상품은 90% 각각 할인 판매한다.
남성복 매장에서 만난 고객 황교면(67)씨는 ‘여기서 구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입고 있는 셔츠를 어제 1만원에 샀다. 마음에 들어서 6장을 한꺼번에 샀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이 넥타이 좀 봐라, 12만원짜리를 5천원에 판다. 크레이지(crazy·미친) 가격”이라며 “회사가 근처에 있고 옷을 좋아해서 자주 왔는데 팩토리아울렛으로 바뀌고 확실히 가격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여성복 매장에서 만난 고객 고은혜(33)씨는 “백화점에서 100만원이 넘는 코트를 여기서 30만원대에 샀다. 다른 아웃렛보다 20%는 더 저렴한 것 같은데, 품질은 백화점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의 팩토리아울렛은 미국 유통 브랜드인 티제이맥스(TJ Maxx)나 마샬즈(Marshalls)를 모델로 한다.
이랜드리테일이 패션 회사에서 제품을 매입해 직영 판매하고 매장 인테리어나 상품 진열, 계산 등의 업무는 모두 직고용한 직원이 맡아서 한다.
기존 아웃렛은 브랜드가 고용한 매니저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아웃렛 측이 고용한 플로어 매니저가 층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아웃렛에 직접 입점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이랜드에 제품만 팔면 되므로 부담이 줄고,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바로 소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은 아웃렛보다 10∼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광명점이 팩토리아울렛으로 전환된 뒤 방문 고객은 50% 이상 늘었고, 매출도 33% 이상 증가했다고 이랜드 측은 귀띔했다.
이용 팩토리아울렛 총괄 본부장은 “패션 사는 신상품을 계속 내놔야 하기에 재고 관리를 어려워한다”며 “우리가 그런 제품을 사다가 분류하고, 스팀 다림질하고, 가격표를 붙여 진열하는 등 상품화 작업을 전문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고물가 시대에 고객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랜드는 내년까지 20개 매장을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으로 하는 팩토리아울렛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1년 전 유통사업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이랜드리테일을 물적 분할해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 이랜드리테일 등 3개 전문회사로 나눴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과 2001아울렛, NC백화점, 동아백화점 등 44개 유통점을 운영하며,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한다.
이밖에 이랜드그룹은 18개의 켄싱턴호텔앤리조트, 사이판에 3개의 호텔·리조트, 중국의 쉐라톤 계림 호텔, 대구 이월드, 한강 유람선 사업의 이크루즈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애슐리·피자몰·자연별곡 등의 외식 부문을 운영하는 ‘이랜드이츠’와 뉴발란스·스파오·미쏘·로엠 등 브랜드를 가진 ‘이랜드월드’도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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