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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서울시에 성수동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성수동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 상인과 원주민들이 밖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구청장은 26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서울시에 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라며 현재 사전협의 단계라고 밝혔다.
토지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을 경우 시도지사나 국토부장관이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성수동 중에서 한강변에 있는 전략정비구역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자치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민들이 아파트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구청장들이 서울시에 지정 해제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남구는 지난 5월 대치·삼성·청담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간 만료일이 도래하자 서울시에 규제 해제의견을 제출했다.
정 구청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요청하려는 이유는 성수동 부동산 가격이 3년만에 3~4배 급등하면서 상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부동산 투자 유망지역으로 ‘마포·용산·성동(마용성)’이 꼽히면서 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성수동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끌자 연무장길, 카페거리 등 상가 임대료도 급격히 뛰었다.
최근 화장품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연무장길(성수동 2가 골목길) 빌딩을 평당 2억5000만원에 매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평당 1억원 하던 곳이 2억5000만원까지 뛰어버릴 만큼 기업들의 상가 통매입이 무섭게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건물주를 포함한 주민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정 구청장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보다 임대료 상승에 의한 문제가 더 크다”면서 주민 설득 과정을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2015년부터 서울숲길과 상원길 일대에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을 펼쳤다. 임대인을 설득해 임대료 안정 협약을 맺고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입점을 막았으나 최근 성수역·연무장길을 비롯한 성수동 전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여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 구청장은 입법 작업도 중요하다고 보고 정부와 국회에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 필요성을 적극 알리기로 했다. 현재 환산보증금이 9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기준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지방정부협의회’, 뜻이 맞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 등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11월 초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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