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여신 1년 새 1조5000억↑
이미 ‘늪’ 빠진 금액도 4조 넘어
‘금융사가 손절’ 비용 부담 확대
국내 5대 은행이 내준 대출에서 부실 직전 단계에 놓여 있는 액수가 한 해 동안에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에서 이미 부실의 늪에 빠진 대출도 4조원을 넘었지만,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위험까지 감안하면 잠재적 리스크는 훨씬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고금리 충격파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대출의 질이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를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날이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요주의여신은 총 8조9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1조4858억원) 늘었다.
요주의여신은 일반적으로 금융사가 내준 대출에서 연체가 1개월을 넘었지만, 아직 3개월에는 도달하지 않은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정상 상태에서 벗어난 여신이다.
금융사에서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된 대출은 부실채권으로 넘어가기 바로 전 단계에 위치한 여신이다. 통상 연체가 3개월을 넘긴 여신은 고정으로 떨어지게 되고, 금융권에서는 요주의 아래 항목인 고정과 함께 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이같은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요주의여신이 2조322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8.8%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2조2070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조8255억원으로 각각 7.1%와 11.4%씩 요주의여신이 늘었다. 국민은행도 1조3970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조2164억원으로 각각 22.7%와 25.0%씩 요주의여신이 증가했다.
요주의를 넘어 부실채권으로 돌아선 대출도 1년 새 6000억원 가까이 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조사 대상 기간 동안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4조164억원으로 17.0%(5840억원) 증가했다.
확대되고 있는 부실 대출의 배경에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내내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대출 정리 작업이 확산될 전망이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부실이 과도하게 누적돼 리스크가 가중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1조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1%나 늘었다.
대손상각비는 금융사가 대출을 내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로 떠안은 비용이다. 대손상각비가 확대됐다는 것은 금융사가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대출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 환경만 놓고 보면 은행권의 요주의여신 중 상당수는 끝내 부실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며 “은행들로서는 대손 비용 부담이 앞으로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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