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지난 수 년간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 부진을 빚으로 버텨내면서 자영업자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나란히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이들이 감당해야 할 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난 가운데 고금리 기조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영업자 부실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직전 분기(1033조7000억원)와 비교해 9조5000억원 더 불어난 수치다.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최근 4분기 연속 1000조원을 웃돌고 있다.
해당 통계는 한은이 차주 100만 여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산출한 결과다.
자영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세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에서 융통한 뒤 한 달 이상 갚지 못한 원금과 이자 규모는 지난 2분기 기준 7조3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1조원 가량 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이 기간 연체율 역시 전분기 대비 0.15%포인트 상승한 1.15%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중·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기 징후는 한층 짙어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하위 30%인 저소득 자영업자의 2분기 연체율은 1.8%로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소득 수준이 하위 30~70% 이내인 중소득 자영업자들의 연체율(2.2%)도 1분기 대비 0.4%포인트 악화돼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2.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늘었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 규모(743조9000억원)가 전체 자영업자대출의 71.3% 수준으로 역대급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자영업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 자영업자 소득이 줄고 상환 능력이 하락해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한은도 자영업자 대출의 질 하락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대출 가운데 취약 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10.1%로 2021년 말(9.0%)보다 1.1%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비은행권대출 비중 역시 35.5%에서 39.4%로 큰 폭 상승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대출자)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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