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는 확실히 다르죠.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건설사 관계자)
전쟁 등으로 인해 해외 건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국내 건설사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는 건설사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 중의 하나다. 특히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어 해외 건설 누적 수주 ‘1조달러’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해외 건설 누적 실적은 230억달러를 넘어섰다. 8월 말 기준 219억원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1~8월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200억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204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에도 큰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어서 연간 3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을 예상했다. 최종적으로는 연간 350억달러 달성이 목표다. 350억달러를 달성할 경우 2020년(351억원 달러) 이후 최대 실적이 된다. 정부는 해외 건설 수주 연 500억달러를 달성을 통한 ‘세계 4대 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1966년 1월부터 집계한 기준으로 누적 해외 건설 수주액은 8월 말 기준 9522억달러다. 올해 350억달러를 달성한 후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리면 해외 수주 ‘1조달러’ 시대를 활짝 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을 워낙 자주 만나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 같다”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직접적인 혜택을 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만 해도 당장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건설사를 상대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주요 건설사가 추진 중인 입찰 안건의 규모는 약 30조원이 넘는다. 현대건설 (36,250원 ▲650 +1.83%)은 올 상반기 6조5544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 초대형 수주를 따낸 후 하반기에는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 등 수주를 노린다. 1조4000억원 규모의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3조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업은 입찰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모두 따낼 경우 수주액은 총 4조4000억원이 늘어난다. 4조55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도 입찰을 준비 중에 있다. 현대건설은 이날 기준으로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별도기준)이 6조6850억원으로 올해 목표액(5조7000억원)의 17.2%를 추가 수주했다.
상반기 5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테일러 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한 삼성물산 (107,600원 ▼200 -0.19%) 건설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열병합발전 프로젝트와 2021년 수주했던 UAE 고압직류 송전공사(HVDC)의 후속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 중이다. 최근 역량을 집중하는 그린수소,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건설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스마트시티 사업 규모가 5000억달러, 우크라이나는 주택·지역 인프라 복구 등 건설사업 규모만 2500억달러, 이라크 항만개발·신도시 개발 등 재건산업 규모가 880억달러로, 이것만 합해도 8380억달러에 이른다. 원화로는 1000조원이 넘는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우크라이나 담당 장차관들이 참석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교감을 나눴다. 특히 10월 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한다. 정부는 삼성·SK·현대차를 중심으로 10대 그룹 총수단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추진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겨냥해 플랜트를 비롯해 IT(정보기술),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강점을 살려 스마트 시티 분야 수주전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이라크 재건사업,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각각 수주를 따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서 “대형사뿐 아니라 중견사에게도 큰 기회가 되면서 담당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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