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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살 빼려다 암 얻는다…기적의 비만약, 이런 사람에게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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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경험했다”…안 뚱뚱한데 ‘비만약 성지’ 찾아다녔더니


쉽게 살 빼려다 암 얻는다…기적의 비만약, 이런 사람에게는 '독'

노보노디스크제약의 비만치료 주사제인 ‘삭센다’의 국내 수입량과 매출, 처방이 모두 급증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란 입소문을 탄 덕이다. ‘비만약 성지’도 등장했다. 서울 종로 인근 병원과 약국 등이다. 상대적으로 비만약 처방이 잘 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원칙적으로 비만인 경우에만 처방이 가능한데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정상체중인 사람에도 약을 처방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제약에서 국내로 수입하는 삭센다펜주의 지난해 수입량은 109만5080개로 전년 46만4715개 대비 135.6% 증가했다. 2018년 76만5240개 수입된 이후 코로나19(COVID-19) 이전인 2019년 121만6510개로 늘었다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수입량이 준 뒤 다시 증가했다.

삭센다 처방 건수도 2021년부터 증가세다. 2017년 국내에서 삭센다가 허가받은 뒤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 현황 기준 2018년 2만8898건이 처방됐고 2019년 9만7091건으로 늘었다가 코로나19로 2020년 7만8080건으로 줄어든 뒤 2021년 9만112건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엔 13만8353건, 올 상반기엔 8만4365건을 기록해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처방건수는 전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DUR 입력이 필수가 아니란 점에서 실제 처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보 적용 비만 진료 인원은 지난해 2만4666명이었는데 이보다 처방 건수가 훨씬 많은 것이다.

쉽게 살 빼려다 암 얻는다…기적의 비만약, 이런 사람에게는 '독'

이를 반영하듯 삭센다 매출도 늘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삭센다 매출은 3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3% 증가했다. 삭센다에 대한 인지도와 비만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매출과 처방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외에선 고도비만 치료에 쓰이는 약이 국내에선 정상체중인 사람에게도 다이어트용으로 무분별하게 쓰인다는 점이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삭센다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나 고혈압, 이상혈당증,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잘환이 있으면서 초기 체질량지수가 27 kg/㎡ 이상이고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 처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비대면 진료 앱 등을 통해 정상체중인 경우에도 삭센다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온라인에선 삭센다 주사의 부작용 후기도 속속 올라온다. 삭센다 주사제를 맞은 한 블로거는 “삭센다 주사를 맞은 뒤 자꾸 토하고 응급실까지 갔다 왔다”고 했다. 또 다른 경험자는 “주사를 처음 놓고 4시간 뒤부터 속이 울렁거리더니 위액까지 다 토하고 지옥을 경험했다”는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삭센다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인 만큼 정상체중인 경우엔 연구가 안 된 상태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과잉처방에 우려를 표한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상체중인 분들이 삭센다를 쓰면 부작용이 더 많다”고 말했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허가 기준과 달리 정상체중임에도 다이어트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약물 부작용이나 오남용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삭센다는 메스꺼움, 구토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약물 의존도가 생길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도 무분별한 처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근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삭센다는 췌장암, 갑상선암 등 관련 안전성 우려가 해소된 약이 아니고 청소년들한테도 장기간 투여 시 안전성 우려가 남아 있다”며 “하지만 오남용 우려 지정 약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처방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존성이나 정신과적 문제 등이 적은 비아그라가 관리 당국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삭센다도 행정력으로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 게임체인저?…쉽게 살 빼려다 ‘췌장염·암’, 의학계 경고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에 언급된 제품과 관련 없음.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에 언급된 제품과 관련 없음.

삭센다·위고비·마운자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들 비만약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라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GLP-1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GLP-1 유사체에 대해 제약사가 캐낸 새로운 ‘금맥’으로 불리는 이유다. 과연 GLP-1은 어떤 호르몬일까?

GLP-1은 사람의 소장 끝 ‘L 세포’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먹으면 소장이 자극받는데, 소장이 음식을 소화할 때 GLP-1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의 여러 가지 역할이 보다 정확히 알려지게 된 건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 대사 수술을 통해서였다. 고도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루와이 위 우회술'(위를 식도 부근에서 작게 남기고 잘라 나머지 위와 분리한 후 소장과 연결해 주는 방법)을 받은 환자에서 체중이 빠지고, 제2형 당뇨병이 관해되는 이유를 연구하다가 이 두 효과에 GLP-1이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강력하게 자극해 혈당 조절에도 탁월하다. 처음에 비만이 아닌 당뇨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이유다. 혈중 GLP-1 유사체의 농도를 올려 인슐린이 더 많이 나오게 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는 게 기본적인 혈당 개선 원리다.

이 기전에 따라 당초 당뇨병 환자가 GLP-1 유사체를 복부·허벅지 등에 피하주사를 맞히면 혈당을 낮출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 계속 치료받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들의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용량을 대폭 늘리면 몸무게가 더 많이 감소한 사실이 확인되자 GLP-1 유사체는 체중 감량 효과가 ‘강력한’ 호르몬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GLP-1은 췌장에 작용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뇌 속 ‘식욕 중추’인 시상하부와 위장의 수용체를 자극해 포만감을 유도한다. 그러면서 배고픔은 빨리 느끼지 못하게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안수민 교수는 “식사 후 부분적으로 소화된 음식이 GLP-1을 분비하는 L 세포(소장 끝)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5분 정도라 이때 ‘배가 부르다’고 느끼고 식사를 멈추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고도비만 환자가 비만 대사 수술을 받고 위가 작아지거나, 십이지장을 우회하면 섭취한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어 소장 끝 L 세포에 빠르게 닿는다. 이에 따라 GLP-1이 더 빨리 분비돼 식욕도 줄고 혈당이 잡힌다. 다만, 분비된 GLP-1은 단백분해효소의 일종인 DPP-4로 인해 2분 이내에 분해돼 체내에서 그 생리적 효과가 오래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 점에 착안해 GLP-1의 몸속 농도와 작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 GLP-1 유사체다.

GLP-1 유사체의 체중 감량 효과는 얼마나 될까? 최근 발표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1년 반 정도 지속해서 사용한 경우에 삭센다는 평균 5%, 위고비는 10~13%, 마운자로는 17%가량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리적으로 식사 직후 분비되는 GLP-1이 몸에서 매우 짧게 머무는 데 반해, 외부에서 투입되는 GLP-1 유사체는 몸에 장시간 남아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 하니 부작용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구역질·구토· 복통·설사·변비 등 위장관계 증상이다.

쉽게 살 빼려다 암 얻는다…기적의 비만약, 이런 사람에게는 '독'

부작용은 또 있다. 위장 운동이 느려지고 체중이 줄면서 담즙의 배출이 정체돼 담석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췌장을 지속해서 자극할 때 부담이 쌓여 염증이 급속도로 악화한 급성 췌장염이 나타날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GLP-1 유사체가 든 당뇨병 치료제와 췌장염·췌장암의 연관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GLP-1 호르몬이 심장에 작용해 심박수를 늘리거나 두통을 일으킬 수도 있다. GLP-1 유사체를 처음부터 고용량으로 쓰지 않고 1주일에서 1개월 간격으로 용량을 서서히 늘리는 것도 부작용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GLP-1 유사체 투여의 장기적인 안전성은 아직 ‘연구 중’이다. 최초의 GLP-1 유사체인 삭센다조차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위고비·마운자로는 말할 것도 없다. 효과 대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현재 75세 이상이나 임신 또는 수유 중인 여성,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은 사용이 금기시된다. 또 동물실험에선 GLP-1 유사체 투여군이 갑상선암(갑상샘암) 중에서도 매우 위협적인 갑상선 수질암의 발생 위험을 키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GLP-1 유사체를 당뇨병 치료제로 투여한 그룹의 2~3%에서 담석·담도염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약은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거나 앓았던 사람에게도 사용이 제한된다.

안수민 교수는 “GLP-1 유사체를 비롯한 비만약은 ‘치료제’가 아닌 ‘보조제'”라며 “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오르듯 고가의 비만치료제도 사용을 중단하면 살이 도로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이 약물들의 효능에 대한 임상 연구 디자인이 수술과의 직접 비교가 아닌 위약과의 단순 비교에 머무르고 있고, 사용을 중지하면 대개 다시 이전 체중으로 돌아간다”며 “무엇보다도 장기 사용에 따르는 합병증에 대한 연구 결과가 거의 없다는 점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와 같은 표현은 다소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병적인 고도비만의 경우 교과서적으로도 평균 30% 감량이 가능한 비만 대사 수술이 가장 먼저 권고되는 ‘표준치료법’이다. 우리나라는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고혈압·당뇨병 등)을 가진 경우 비만 대사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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