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별로 푹신함 다른 폼패드·다리 뻗고 쉴 수 있는 전동식 풋레스트 등
‘일등석 수준’ 고급감 구현 노력…바느질 구멍 크기·간격까지 따져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난달 글로벌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차량에는 고급차에 걸맞은 각종 신기술이 탑재됐다.
차량에는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 주행 안전을 높이는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탑승자의 몸이 직접 닿는 시트도 고급감을 좌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28일 제네시스에 시트를 공급하는 현대트랜시스에 따르면 제네시스 차량에는 탑승자의 착좌감, 시각, 촉각 등 감각을 두루 만족시키고자 차별화된 시트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됐다.
고급차에 장착되는 시트는 소재부터 일반 차량과 차이가 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촉감을 위해 세미아날린과 같은 고급 가죽을 적용하고, 라텍스 느낌을 주는 폼을 적용해 안락함을 제공하는 등 고급 소재를 쓴다.
플래그십 세단 G90처럼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차종에는 항공기 일등석 수준의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기능이 추가로 반영됐다.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전동식 풋레스트를 비롯해 허벅지 부위에 따라 푹신한 정도를 달리해 착좌감을 향상시킨 다경도 폼패드 등이 G90에 적용됐다. 뒷좌석 암레스트에 추가로 수납 공간을 뒀고, 터치 디스플레이로 뒷좌석에서 공조, 시트, 마사지, 커튼, 조명 등을 조정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공압 시스템으로 운전자와 뒷좌석 탑승자의 착좌감을 향상시키는 ‘에르고 모션 시트’도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제네시스에 적용한 기술이다. 쿠션부와 등받이 등 시트 내부에 설치된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 모드별로 부풀어 올라 가장 편안한 자세를 유도하며 피로도를 낮춘다.
현대트랜시스는 제품을 개발할 때 프로토(Proto) 단계에서 설계 검증을, 파일럿(Pilot) 단계에서 양산 검증을 거친다. G90 시트의 경우 파일럿 단계에서만 10여차례 수정이 이뤄졌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심지어 시트 표면 바느질 구멍 크기와 간격까지 꼼꼼하게 따졌다.
‘편안함’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전문 평가단을 구성해 주행 평가 등을 거쳐 최대한 정량화된 기준을 만들고 해외 경쟁차종과 블라인드 방식의 비교 평가를 거치기도 한다.
시트는 아직 기계나 로봇으로 생산을 자동화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해 제조 공정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등 ‘인간의 역량’이 품질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같은 시트를 두고 사람마다 ‘딱딱하다’, ‘푹신하다’, ‘못생겼다’ 등 의견이 다양하다”며 “이처럼 소비자들의 다양한 감성 측면과 그 편차를 줄여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이 시트 개발에서 늘 고민되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추세에 맞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면서 탑승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동시에 탑승감까지 만족시키는 것도 최근 시트 기술의 주안점 중 하나다.
현대트랜시스는 유해물질인 브롬계·안티몬계 난연제를 친환경 인계·무기계 난연제로 대체한 친환경 인조가죽 등을 개발해 양산차에 공급하고 있다. 폴리우레탄 등 기존의 석유계 소재를 천연 광물자원 추출 소재로 대체한 ‘실리콘 인조가죽’도 제네시스를 비롯한 주요 차량에 적용된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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