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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1년 2개월 가량 유예했지만 준주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상당수 수분양자들은 ‘주거용’으로 알고 분양을 받은 만큼 준주택으로 인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 숙박업 미신고 생숙이 약 4만9000가구 규모인데 내년 말까지 숙박업에 등록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계속 사용하면 2025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안전 문제 등 주거 환경이 떨어지는 생숙을 주거시설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숙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건축 안전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불이 났을 때 대비하는 스프링클러나 대피로가 부족하고 방화유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주차장 확보도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공동주택 등은 학령인구 유발로 학교용지 부담금도 내는 데 생숙은 이런 부담도 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거용으로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높은 탓에 지난 2년 간의 용도 변경 특례 기간 동안 실제 용도 변경을 한 가구는 약 1996가구로 기존 생숙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숙박업 신고에 시간이 걸리는 점,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기간 등을 고려해 이 강제금 부과시점을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숙이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고 준주택으로 인정될 수 없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 특례 기간도 다음달 14일로 종료한다. 이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용도변경 특례를 2년간 주다 보니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컸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생숙을 앞으로도 계속 숙박시설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며 생숙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생숙은 총 18만6000가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생숙의 숙박업 신고 의무를 명시한 2021년 12월 이전에 사용 승인을 받은 9만6000가구다. 이 중 51%인 4만9000가구는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시설인 것으로 추정된다. 1인이 1실을 소유한 경우는 1만9000가구, 1인이 2∼29실을 소유한 경우는 1만2000가구, 1인이 30실 이상을 보유한 경우는 1만8000가구다. 이들 가구가 내년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생숙을 계속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내후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시세의 10%가 아닌 지방세법에 따른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10%를 부과한다. 따라서 시장의 예상처럼 매년 수 천 만원의 금액을 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생숙 소유자들의 모임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전레연)는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전레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년간 주거 사용을 위한 용도 변경을 추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각종 규제와 관계 부서의 협의 부족, 국토부의 소극 행정으로 대부분의 생숙 용도 변경을 완성하지 못했는데도 국토부가 행정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숙 소유자들은 주차 시설부터 소방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전레연 측은 “향후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 권고 및 법적 대응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국토부를 향해 “소급입법을 인정하고 위헌법령을 철회하라”며 용도 변경 정책에 대해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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