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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비트코인, 영끌해서 사라” 비상장 코인에 빠진 사람들

머니투데이 조회수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100만원 될 때까지 팔지 마세요. 후회하실 겁니다.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때까지 제가 말한 대로 안 된 게 있나요?”

한 중년 남성이 질문을 던지자 그를 둘러싼 청중은 “안 팔아요”, “없습니다”를 연발한다. “10만원에 코인 팔 사람”, “안 팔아요”, “20만원, 50만원에 팔 사람!”, “안 팔아요!” 목소리가 커지고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유튜브에 올라온 한 비상장 코인의 홍보 현장이다.

비트코인이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상장 코인이 기승을 부린다. 비상장 코인은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나 해외 유명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개인 간 거래가 이뤄져 사실상 시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상장 코인에 대한 투자와 거래에는 안전장치가 전무하지만 투자자가 몰린다.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오를 것이란 믿음을 가져서다. 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누군가는 ‘곧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만 믿음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18일 오전 비상장 코인인 A코인을 거래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한 참여자가 시세를 묻자 다른 참여자들이 각기 다른 답변을 내놨다. 20원, 만원, 2만원, 10만원, 18만원, 20만원 등 최대 1만배 차이가 났다. 이 코인의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가 없어 시세나 정가가 없고 부르는 게 값인 탓이다.

그럼에도 A코인을 구매한다는 사람은 꾸준히 나왔다. 이날 기자가 참여한 오픈채팅방에서 구매자들은 5만원, 10만원에 거래를 제안해왔다. 한 구매자는 “부모님 부탁으로 A코인 100개를 사드리기로 했다”라며 “사기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광신도가 돼서 안 듣는다”고 토로했다.

A코인은 2019년 1월 가상자산 인플루언서인 개인이 발행한 코인이다. 초기에는 특정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배포하며 홍보 활동을 했다. 발행자의 저서에 코인 10개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첨부해 나눠주기도 했다. 코인을 팔지 않고 있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A코인에 대한 투자 열기가 과열되며 발행자 저서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도 생겨났다. A코인 1개를 20만원에 판매하면 쿠폰 한 장을 찾을 때마다 200만원을 버는 셈이어서다. 이달 중순 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팅방에선 A코인 쿠폰을 찾기 위해 무작정 초, 중, 고교와 대학교 도서관을 찾았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해당 장소를 방문한 후기와 함께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A 코인뿐만이 아니다. 다른 비상장 코인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코인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다면서 개별적으로 투자를 권유하고 가격이 오르면 발행자와 판매자가 보유 코인을 청산해 차익 실현을 한다. 이후 가격이 폭락하면 투자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코인이 사기 범행에 이용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다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투자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많은 비상장 코인들이 ‘포스트 비트코인’을 표방하며 투자자를 모으지만 대부분이 가치가 없는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있어서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비상장 코인의 투자 손실을 구제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발행·유통 구조 자체가 가격이 오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99.99% 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요즘에는 비상장 코인 프라이빗 세일(비공개 사전 판매)을 사기로 규정하고 보이스피싱처럼 보고 수사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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