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종이서류를 떼지 않아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온라인 등으로 신청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실손보험 전산화가 막판 고비를 맞았다.
17일 국회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8일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지난 13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됐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의료계 반발도 여전하다.
실손보험 전산화가 이뤄지면 보험 가입자들은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진료를 마친 뒤 병원이나 약국에 직접 방문해 종이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의 팩스·앱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지난해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997만명에 달한다. 2020년 기준 연간 실손보험 청구 건수도 약 1억626만건이다. 국민 대부분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그간 번거로운 과정으로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일도 잦았다.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200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법 개정이 시도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14년만에 법 개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마지막 고비를 남기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의료계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보험사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13일 법사위에서도 일부 야당 의원들이 같은 내용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들이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이를 이용하면 많은 이익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의료 관련 정보를 열람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약사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소비자 단체들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이해기관들의 이익적 측면이 아니라 오로지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권익 증진의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개인정보 집적 문제 등을 지적하는데 온라인으로 하면 직접이 되고 오프라인으로 하면 안 된다는 식의 가정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에 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연내 처리까지 불투명할 수 있다고 본다. 10월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을 논의하다 보면 법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전산화가 되면 그동안 신청이 없어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금까지 내야 해 보험사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책이 아니지만 시대적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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