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자 투자심리도 회복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나왔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14일 기준 투자심리를 지수로 표시한 공포·탐욕 지수는 전날보다 4점 오른 45점(공포)으로 집계됐다. 지수는 이달 들어 40점대를 유지하다 지난 12일 30점까지 추락했다. 긴축 우려에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 대해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이 채무 상환을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도 영향을 줬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 34억달러 상당의 보유 가상자산이 시장에 풀릴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0점으로 갈수록 투자에 대해 비관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100점에 근접할수록 낙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8월 CPI가 발표된 후 투자심리는 개선됐다. 8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올라 전월의 3.2% 상승을 웃돌았다. 유가 오름세로 시장 예상치인 3.6%보다 높았다. 다만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8월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올라 전달의 4.7% 상승보다 크게 둔화했다. 4.3% 상승은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시장 전망에도 부합했다.
그 결과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54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06% 오른 2만6175달러(약 3469만원)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1.85% 상승한 1614달러(약 214만원), 리플은 0.89% 오른 0.48달러(약 636원)를 나타냈다.
다만 가상자산 가격 상승과 투자심리 개선에도 코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투자심리는 현재도 공포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추가로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따라 긴축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 수 있어서다.
FTX 보유 자산 처분도 부담이다. FTX는 보유 가상자산 매각 첫 주에만 한도를 5000만달러(약 663억원)로 하고 이후에는 1억달러씩 매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 매각 한도는 또 2억달러로 상향할 수 있으며 계획안에는 자산 매각 때 사전 공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상치 못한 시점에 코인 가격 하락할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이전에 비해 떨어져 자금 유입 기대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구글트렌드 자료를 보면 키워드 ‘bitcoin’과 관련해 최근 90일 동안 검색 빈도가 가장 높았던 시점은 지난 7월14일로 분석됐다. 당시는 비트코인 가격이 3만1000달러대까지 치솟던 때로 가상자산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증권성 논란에서 법원이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코인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가격이 이후 우하향하면서 검색 빈도도 줄었는데 지난 7월14일 검색 빈도를 100으로 보고 비교하면 이달 10일에는 64까지 떨어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