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부당승환계약을 차단하는 시스템 구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설계사에게 부당승환계약이라는 점이 명확히 명시되면서 승환계약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GA업계, 금융당국, 신용정보원은 지난주 승환계약 관련 TF 첫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승환계약 방지 시스템 구축, 부당승환계약 정의, 승환계약 검사와 제재 등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신용정보원은 지난 12일 부당승환계약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승환계약 관련 TF 1차 회의가 진행된 상태이며 준비하려는 초기 단계”라며 “승환계약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어떤 기준으로 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업계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스템 구축, 승환계약 재정의가 진행되면 승환계약 소비자 피해 감소는 물론 GA업계도 억울하게 부당승환계약으로 몰리는 일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승환계약은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을 하는 보험설계사가 소속을 바꿨을 때 이전 조직에서 가지고 있던 계약을 소멸시키고 다른 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설계사들이 기존 고객을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계약을 다른 계약으로 가입하게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존 계약보다 혜택이 좋지 않은 계약을 가입하게돼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보험업법에서는 6개월 이내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거나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부당승환으로 간주하고 승환 기간 1개월, 6개월에 따라 제외사유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1개월 이내 승환계약이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손해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자필로 서명하는 등 본인의 의사에 따른 행위임이 명백하게 증명되는 경우에는 부당승환계약으로 보지 않고 있다. 6개월 이내 승환계약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기존계약과 신계약 중요사항을 비교 안내한 경우는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엄격하게 적용하고는 있지만 부당승환계약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계속됐다.
GA업계에서는 이번 TF가 그동안 억울하게 부당승환계약으로 제재금을 받았던 설계사들이 줄어들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GA업계에서는 올해 원수사에서 보복성으로 GA로 이직한 설계사를 대상으로 부당승환계약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부당승환계약을 한 설계사는 제재를 받는게 맞지만 이직한 설계사가 고객 계약 상황을 하나하나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의도적으로 부당승환계약을 한 설계사와 동일한 처벌을 받는 등 억울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GA업계 관계자는 “이직한 설계사 중에서는 실적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승환계약을 해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는 제재를 받아야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실제 잘못한 경우 외에도 기준이 모호해 승환계약으로 몰리는 경우도 있어서 설계사에게 부당승환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고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TF를 계기로 승환계약 제재에 합리성 검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자율협정에 따라 손해보험협회가 승환계약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해당 설계사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승환계약을 판단되면 100만원 제재금을 부과한다. 상품 판매로 설계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 대비 제재금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GA업계 관계자는 “월 몇천씩 버는 영업왕 설계사가 아닌 이상 보통 설계사들은 월 100만원 정도 버는 경우도 많은데 제재금을 100만원 받게되면 생계유지에 타격을 크게 받게 된다”라며 “통상적으로 10건 승환계약이 있다고 하면 생명보험은 1~2건으로 거의 없고 손해보험 상품이 대부분 많다. 평균적으로 손해보험 상품을 팔면 월 보험료 5만원선이고 월 보험료 1만원 상품을 판매했을 때 설계사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1년에 10만원 정도로 얻는 이익 대비 제재금이 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 첫발은 뗐지만 비교 상품군 설정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유형 상품이더라도 담보 개수, 보장 담보가 모두 일치하는 경우가 없어 업계에서 기준점을 잡아야 합리적인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마다 담보가 상이해 어떤 상품은 담보만 40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품과 동일한 담보 개수, 보장 담보가 있는 다른 비교 상품군을 설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당 기준을 만드는 데에 업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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