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채권 개미’의 매수세가 가파르다. 높은 금리에 매매차익도 얻을 수 있는 회사채 투자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업종별로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채권 규모는 26조7983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15%나 증가했다. 개인은 가장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를 약 9조원 넘게 사들였고 회사채도 7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가 ‘역대급’ 채권 매수세를 보이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늘고 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증액 발행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올해 제이티비씨(JTBC), 한국토지신탁, 푸본현대생명 등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오히려 발행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BBB급 비우량 회사채인 에스엘엘중앙(SLL중앙)도 지난 2월 리테일 수요에 완판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고 있고 증시 부진이 나타나면서 채권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선 금리 고점론이 나오면서 개인들은 채권 매수세를 더욱 확대하는 모습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내려가기 때문에 이미 고금리에 발행돼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싼 가격에 사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채권 가격이 오르면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 수요에 맞춰 증권가에서 채권 상품 다양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한 매매 이벤트 등 거래 편의성과 상품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개인 수요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이 채권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 긴축 기조 장기화,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업종별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A급 이하 회사채의 경우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담기면서 제이알글로벌리츠(A-), 삼척블루파워(A+) 등 일부 종목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났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회사채 800억원 모집에 매수주문은 20억원에 그쳤다. 삼척블루파워도 205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건설업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실적 하락 우려가 커진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석유화학, 건설, 반도체, 게임, 미디어 업종 등의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종은 중국의 증설 투자에 따른 수급부담이 큰 가운데 중국 경기회복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 부진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가 둔화되면서 국내 내수경기가 연말로 갈수록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통, 음식료 업종의 실적 저하도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D램은 하반기에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되나 낸드플래시는 연내 바닥 확인이 어렵고 내년으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업종도 다수 존재한다”며 “건설장비, 방산, 조선업종 등으로 우선 매수할 것을 고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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