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 통화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한층 강력한 칼을 빼들었다. 최근 연이은 환율 방어에도 불구하고 강달러에 엔화와 위안화가 맥을 못 추자 더욱 강력한 도구를 꺼내들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9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이후에도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서면 우리는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말께면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BOJ의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연내 제로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고조됐고, 이는 곧 금리 상승 기대로 이어지면서 일본 국채 매도와 엔화 매수세를 촉발했다. BOJ는 2016년 초 이후 금리를 -0.10%로 유지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BOJ가 내년 중 정책을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큰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도쿄 금융시장에서 10년물 일본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0.705%까지 오르며 2014년 1월 이후 9년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달러 대비 엔 환율은 1% 이상 하락하며 146엔 근처로 내려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인터뷰의 공개 시기를 감안할 때 엔화 약세 진정을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터뷰는 우에다 총재가 4월 BOJ 총재직 취임 후 언론과 처음으로 가진 단독 인터뷰란 점이 그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달러화 강세 여파에 엔 환율은 달러당 147엔을 넘어 작년 기록한 1990년 이후 최고치인 151엔에 근접하고 있던 차였다.
전 BOJ 위원이자 현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인 구마노 히데오는 “우에다는 예상보다 빠른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며, 그가 의도한 것은 엔화 약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BOJ가 엔화 약세 압력을 가라앉히기 위해 점점 더 정책을 조정할지 여부”라고 짚었다.
중국 통화당국 역시 필요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11일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챗 계정을 통해 전국 외환시장 자율 프레임워크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린 가운데 최근 외환시장 및 위안화 환율 문제 등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자율 프레임워크는 인민은행과 외환 시장에 참여하는 시중 은행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로, 인민은행의 감독을 받고 있어 외환 시장에 대한 인민은행의 입장을 대변하곤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통화 바스켓 상대로는 안정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외환 시장 흐름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회의에서는 “위안화 환율의 기본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금융감독관리 부문, 외환시장자율프레임워크, 외환시장 구성원과 기업계 및 국민들의 공통된 소망”이라며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 위안화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인민은행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회의에서는 “외환시장 자율 프레임워크는 금융 감독관리 부문의 지도하에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위험 중립’ 이념을 수립하고, 자율프레임워크 회원들의 행위 감독 및 자율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위안화가 연이어 약세를 보이면서 인민은행이 시장 안정 차원에서 개입을 시사하는 조치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지난 주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6위안을 넘어 작년 10월 고점(7.3745위안) 가까이 올라섰으나, 이날 회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1% 가까이 하락하면서 달러당 7.3위안 근처로 내려온 상태이다.
달러화 가치는 7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및 긴축 우려까지 더해지며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한 강달러 여파에 위안화, 엔화 등 주요 아시아 통화들은 환율이 급등하며 가치가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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