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조치를 연장하기로 한 충격에 2600선 돌파를 시도하던 코스피가 2540선까지 주저앉았다. 증권업계는 다음주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소비지표의 향방에 따라 증시의 단기적인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16.03포인트(0.63%) 내린 2547.68에 거래를 마쳤다. 월요일인 4일 0.81% 급반등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웠지만, 나머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지수는 2540대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5.56포인트(-0.6%) 내린 914.18에 장 마감했다.
코스피에서는 한 주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727억 원, 1460억 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6648억 원을 팔면서 지수 하방 압력을 높였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2679억 원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31억 원, 136억 원을 순매도했다.
|
증권업계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연장을 결정하면서 물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를 짓눌렀다고 분석한다. 사우디는 7월 시작한 일일 100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더해 미국 원유 재고가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미국 서부텍스스산 원유(WTI) 10월물은 한때 90달러를 웃도는 등 유가가 급반등했다.
유가가 오름세는 미국의 국채금리를 자극했다. 8월 말까지만 해도 4.1%대에 머물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4.2% 중반까지 치솟았다.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으로 이어지고, 이런 점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발 물가 상승 우려로 주식시장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며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소식에 2차전지 업종이 함께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에코프로는 한 주간 13.4% 급락했는데, 7일과 8일에는 장중 100만 원대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다.
|
증권업계는 고유가·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다음 주 발표되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 지표 등을 통해 끊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13일 8월 CPI를 발표하고 다음 날인 14일에는 소매판매 지표를 공개한다. 최근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 여파가 찬물을 끼얹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실제 물가, 소비 데이터를 확인한 이후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느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CPI의 전월 대비 변화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8월에는 가솔린 가격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0.5%에 그칠 확률이 큰데도 그 이상을 예상하는 전망치들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물가, 소매판매, 제조업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채권금리, 달러화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당분간 코스피는 저점 대비 반등폭의 50% 되돌림 수준인 2520선 지지력 확보 여부가 중요하며 지지력을 확보할 경우 2600선 회복 시도를 감안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밴드로 2490~2610선을 제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완화 및 중국 단체관광객 복귀 기대감을 상승요인으로 꼽은 반면 미중 무역갈등 확대 및 빅테크 규제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하락요인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반도체·항공·면세점·카지노·정유를 다음주 추천 업종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7%에 불과하지만 11월에는 45%로 크게 증가한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주식시장 전반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