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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다시 한 번 극한의 공정 혁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세대 메모리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끊임 없는 기술 진화를 통해 경쟁업체와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 양산 계획인 6세대 ‘HBM4’에 입출력(I·O) 수를 2000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I·O는 반도체 칩 속에서 정보가 드나드는 통로인데, 갯수가 많을수록 데이터 이동 공간이 넓어져 그래픽 칩(GPU) 등 프로세서와 HBM 간 정보 교류가 훨씬 빨라진다. 2013년 세계 첫 HBM부터 현재까지 개발된 HBM 5세대(HBM3E)까지 I·O 수는 칩 당 1024개다. 2000개가 넘는 I·O를 가진 HBM은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I·O 수가 늘면 공정 난도도 올라간다. 동일한 칩 면적에 더 많은 I·O수를 탑재하려면 한층 업그레이드한 미세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현재 보유한 100% 가까운 HBM 공정 수율에 자신감을 갖고 선두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시장의 독보적 1위인 삼성전자도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양산할 9세대 300단 이상 V낸드에 더블 스택 공정을 택하기로 했다. 더블 스택은 낸드를 두 번에 나눠서 만든 뒤 한 개 칩으로 결합하는 방법을 뜻한다. 라이벌 낸드 업체는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총 3번에 걸쳐 생산한 뒤 합치는 ‘트리플 스택’을 택하는 추세다. 더블 스택은 트리플 스택보다 기술 난도가 높다. 그러나 생산 시간은 물론 공정 수, 원자재 등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상당히 유리해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공정 혁신에 나서는 이유는 ‘메모리 1위’에 자만하다 순식간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중국 최대 메모리 회사인 YMTC 등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제품군에서는 끊임 없는 공정 혁신으로 격차를 벌리고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스인메모리(PIM) 등 미래 메모리 시장에 대한 강력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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