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형 노동조합 200곳에 대해 이달부터 근로감독에 들어간다. 대형 노조 10곳 중 1곳이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제멋대로 쓰거나 특별수당 등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일 고용노동부는 “이번 달부터 공공부문을 포함해 근로시간면제 제도 위반 의심 사업장 등 약 200곳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3개월에 걸쳐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위법 사례가 다수 확인된 데 따른 조처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인 대형 노조 중 13.1%는 타임오프제를 악용하며 제도 취지를 훼손했다.
조사 결과 조합원 4700명을 둔 기계제조업체 A사 노조 간부는 타임오프를 쓰는 동시에 전임자수당 명목으로 매달 160만6000원을 받았다. 정보통신(IT) 서비스업체인 B사는 근로시간면제 대상자가 6명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론 145명이 타임오프를 사용했다.
C사는 노조 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노조 측에 2억600만원을 지급했다. D사 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대리운전비로 300만여 원을 받아 챙겼다. 자판권·매점 운영권을 받은 노조도 있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으로 불법적인 노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노동 개혁 대원칙인 ‘노사법치주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상시 점검과 근로감독 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비정상적인 관행에 따른 피해는 중소기업과 미조직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정부는 근로감독 등으로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 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 움직임에 즉시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사는 복수 노조 현황 등 근로시간면제 한도 추가·가산 여부는 반영하지 않고 이뤄졌다”며 “타임오프제를 활용해 노조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정부 측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원칙에 따르면 근로시간면제나 노조 전임 활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입법적 개입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를 옥죄는 건 노조 자주성과 노사 관계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MZ노조는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타임오프 악용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근로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서교공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로 직원들이 휴가조차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노조 관행에 대해선 근로자들이 나서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 활동 지원을 위한 타임오프제 악용은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이로 인한 피해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 불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기업을 압박해 타임오프제 위반이 일어났을 때에도 현행법은 사용자를 처벌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 주체를 사용자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처벌 대상에 노조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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