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산업단지 각 공구별 위치와 진행상황 |
정부의 새만금 사업 원점 재검토 방침 발표 후 이차전지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항만·도로 등 필수적인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이 미뤄지거나 축소될 경우 사업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부터 새만금 SOC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에 들어갔다.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짜는 것에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78% 삭감했다. 국제공항(580억→66억원)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1191억→334억원), 신항만(1677억→438억원) 등의 예산이 모두 크게 줄었다. 이미 진행 중인 SOC 사업은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예산이 대폭 깎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새만금에 ‘통 큰 투자’를 한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근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새만금은 청주·포항·울산과 함께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새만금이 지금까지 유치한 이차전지 관련 투자는 총 6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LG화학, SK온, LS,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굵직한 기업들부터 각종 제련·장비 관련 중소기업들까지 다양하다.
신항만을 통해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원재료를 수입하고, 새만금에서 만든 제품을 고속도로를 통해 신속하게 전국 각지에 납품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원점 재검토’의 정확한 공식 방침이 거의 나온 게 없어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군산=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8.02. |
새만금에 입주할 예정인 A사의 관계자는 “각 기업들의 경우 이미 수주한 물량이 있는데, 항만과 같은 필수 SOC 건설이 예상보다 1~2년 늦어진다면 정해진 기한 안에 납품을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새만금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다른 지역이나 해외 등으로 투자를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이차전지 관련 업계의 경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서 향후 몇 년이 매우 중요한데, 새만금 SOC 계획이 늦어진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중국이나, 원재료 접근성이 좋은 동남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새만금 원점 재검토’의 범위와 수준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이차전지 특화단지인만큼, 그에 걸맞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만금에서 진행한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더 많은 첨단기업이 새만금 플랫폼에 모여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C사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이차전지 사업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왔고, 새만금에 전폭적인 지원까지 약속해왔기에 관련 SOC를 완전히 백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한 채로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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