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쏟아낸 부양책이 중국 은행들의 수익을 갉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예대마진이 타격을 입고 부동산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지방정부 부채 등이 은행 자산 건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악화 속 은행들은 속속 금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내달 은행권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도 예상되고 있다.
최근 중국 주요 은행들이 올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특히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대출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차가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공상은행과 농업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89%, 3.3% 하락했다. 같은기간 건설은행의 순이자마진도 1.73% 감소했다. 해외 업무가 비교적 많은 중국은행만 4대 은행 중 나홀로 순이자마진이 4.75% 늘었다.
순이자수익이 줄면서 순익 증가세도 둔화했다. 특히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의 올 상반기 순익 증가율은 각각 1.21%, 0.78%로 1% 내외에 그쳤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세 속 중국 정부는 은행들이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실물경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인민은행이 올 들어서만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은행권 예대마진도 쪼그라 들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속 중소기업을 위한 저리 대출을 늘리고 대출금 상환을 연장하면서 은행권 금융 리스크도 커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 부동산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지방정부 부채 문제도 은행권 재정 건전성에 압박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은행은 30일 상반기 실적 보고서 자리에서 “지방정부의 자금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에서 디폴트가 발생했으며 자사 자산의 질이 악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이달 인민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을 동결한 것도 은행 예대마진이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인민은행은 이미 지난 6월 5년물 LPR을 한 차례 인하했다. 인하 폭은 10bp(1bp=0.01% 포인트)였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중국 경기 둔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며 중국 은행권의 수익성은 더욱 압력을 받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주요 은행에서는 이미 신규 주담대 금리에 이어 기존 주담대 금리도 인하할 것을 예고했다. 시장은 현재 4.8%대의 기존 주담대 금리를 신규 주담대 금리(4.14%)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퉁증권은 기존 주담대 금리를 60bp 내리면 은행의 연간 이자수입이 2000억 위안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지난해 은행권 전체 순익이 2조3000억 위안임을 감안하면 순익이 약 10% 줄어드는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수익성 악화 속 은행권은 잇달아 예금금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중국 내 주요 시중 은행들이 내달 1일부터 예금 금리를 10~25bp 인하할 예정이라고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31일 보도했다. 6월 초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예금 금리를 내린 데 이어 두 달 만이다. 최근 대출금리 인하세 속 예금금리 인하는 은행권 예대마진 차를 줄이는 한편 저축에 묶인 돈을 시중에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중국 은행권의 대출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하반기 지급준비율(지준율) 추가 인하도 예상된다.
지준율은 금융기관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비율이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어 은행권 대출 여력이 늘어난다.
중국 관영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전문가를 인용해 9월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하 폭은 0.25%~0.5%P로 예상된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지준율을 인하한 것은 3월이다. 당시 지준율을 0.25%P 인하해 주요 시중은행 지준율은 7.6%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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