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금리)이 지난 10년처럼 (연)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지난 2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당분간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기조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5년 내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한국 채권 금리를 끌어올렸다. 대출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자 은행들도 대출금리에 이를 바로 반영했다.
부쩍 오른 주담대 금리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 가까이 올랐다. 작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 24일 변동금리는 4.05~6.94%로 집계됐다. 고정금리는 3.90~6.31%였다.
인터넷 은행에서마저 연 3%대 대출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채권금리 상승 영향과 더불어 일각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인터넷 은행 주담대를 지목하자, 인터넷 은행이 3%대를 유지했던 금리를 조정한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는 24일 기준으로 변동금리는 4.07%~6.94%였고, 고정금리는 4.17%~ 6.77%였다. 케이뱅크도 비슷했다. 변동금리는 4.13~5.98%, 고정금리는 4.22~5.25%였다. 케이뱅크의 경우엔 주담대 대환금리가 3.69~5.68%로 다소 낮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 선택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주담대 변동형 5%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들은 고정형 4%대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며 “그렇게 대출을 쓰다가 변동형 금리가 낮아지면 또 갈아타면 된다”고 조언했다.
고정금리로 대환 or 여윳돈 있다면 상환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은행권에선 50년 만기 주담대가 반짝인기를 끌었다. 기존 대출자들은 만기가 긴 상품으로 갈아타면 원리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만기를 길게 늘이면 원금 상환을 미루는 효과가 생겨 월부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차주들이 매월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로 갈아타고자 하는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작년 2월 변동금리 3.73%로 30년 만기로 주담대 3억원을 받아 매월 139만원을 납부하던 차주가 올해 8월 50년 주담대로 갈아탈 경우 (혼합형 금리 4% 가정) 월부금이 112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차주 입장에서 50년 주담대를 선택할 유인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시중은행들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조치를 걸고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 25일까지, 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5일부터 만 3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금리가 추가 상승 하기 전에 상환에 나서는 분위기도 다소 읽힌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주담대 금리가 내릴 것이라 예측했지만 요즘에는 미국 영향으로 오를 것이라 의견이 우세해졌다”며 “여윳돈이 있는 금융소비자들은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르기 전에 상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일까지 좀 더 지켜보긴 해야 하지만 일단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21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6399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9억원)보다 5810억원 줄었다. 무엇보다 주담대가 708억원 감소(512조8875억원 → 512조 8167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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