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하기로 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 채널은 당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불안한 소비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대응 단계별 수산물 검사 강화 상황을 알리는 한편 영향이 없는 먼바다 상품이나 기존 비축분임을 강조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는 올 초부터 수산물 방사능 안전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마트는 취급 수산물에 대해 1차로 물류센터에서 간이 방사능 기기로 수치를 한 차례 검사하고, 이튿날 이마트 상품안전센터에서 정밀기기로 방사능 검사를 추가 진행한다. 이마트는 평시·주의·경계·심각 중 현재 평시 단계로 대응하고 있으나, 단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 6월부터 검사 건수를 높여 최대 50%까지 샘플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단계 상향도 검토 중”이라며 “주의 단계에서는 검사 대상 어종 중 최대 75% 샘플링 검사를 진행하며, 경계 단계에서는 검사 대상 어종 최대 100% 샘플링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2월부터 산지에서 매장에 상품이 입고되는 전 단계별로 수산물 안전성 검사 체계를 구축해 시행 중이다. 현재는 롯데안전센터에서 주요 포구별 샘플에 대해 분기별 1회 진행하던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주 4회로 확대해 진행 중이며, 방류 이후 검사 횟수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오염수 방류 시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공급업체 자체 검사를 통해 안전이 확인된 상품만을 확보해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추석 대목 선물세트 수요 급감을 우려, 구성품이 오염수 이슈 이전 이미 비축된 물량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굴비, 선어, 멸치 등 대표적인 수산 품목의 추석 비축 물량을 올 설 대비 3배 이상 확보했다. 내년 설까지의 예상 물량을 미리 비축해 안심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국내산 굴비와 갈치, 옥돔 등을 내년 설 물량까지 사전 확보했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에콰도르 등 일본과 지리적으로 멀고 방사능 리스크가 적은 지역의 갑각류와 선어를 신규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수산물 전체 품목 중 대서양이나 지중해산 상품은 전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명절 선물세트 대표 상품인 굴비, 옥돔 등에 대한 물량 수매를 이미 끝냈다고 설명했다. 구비 물량은 적정 온도를 철저히 유지하는 저장 창고에 보관 중이며, 굴비와 갈치 등 저장이 가능한 수산물은 원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한편 수입처 다변화에도 나섰다.
전문가들은 결국 최종 소비자의 불안감이 해소돼야 하는 문제이므로, 업계의 이같은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 역시 필요하다고 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증폭된 소비자 불안 심리를 적극적으로 나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수산물 소비는 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2011년과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유출을 시인한 2013년 급감한 바 있다.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국회 토론회에서 2011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개월간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4% 줄었다고 밝혔다. 2013년엔 전통시장에서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각각 20% 수산물 소비가 줄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불안 심리는 한 두 달가량 이어질 텐데, 이 기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 걱정을 덜어주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게 최종 판매되는 수산물,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이 방사능 오염도에 얼마나 취약한 지 인데, 이 부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지원해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비치하고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주기적으로 수역을 샘플링해 오염도를 공표하는 등 방식은 다양하다”며 “이렇게 투트랙으로 지원하면 소비자 불안도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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