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뉴스를 접해 보면 궁금증이 생기기 일쑤죠. 당장 오늘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도 바빠 맥락과 배경까지 꼼꼼히 짚어주는 뉴스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과도해도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금융TMI]에서는 금융 정책이나 용어, 돈의 흐름, 히스토리 등을 쉽게 설명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금융 기사를 친절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금융당국, 10월 초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 관련 입장 국회 제출 예정
관련 발의 법안 11건…3월 대비 관심 줄었지만 국감서 다뤄질 것
‘6000만 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7일 사직동 새마을금고 본점을 방문해 예금한 금액이다. 이는 새마을금고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 원을 넘긴 금액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한도 이상을 예금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당시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급증해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 우려가 불거지자 과도한 불안심리를 자제하기 위해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예금보험자제도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설립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평소 금융회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한 후, 금융회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내가 돈을 넣은 금융회사가 파산해도 5000만 원까지는 보호받을 수 있다.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기관은 ‘예금자보호법’이 아니라 ‘새마을금고법’, ‘신용협동조합법’ 등 개별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의해 예금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5~6년 전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를 유지하거나 상향할 경우를 가정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업계와 예금보험공사 의견 등을 검토해 10월 초 국회에 예금자보호한도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예보와 은행, 보험 등 업권별 협회 등과 함께 예금자보호제도 손질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한도 상향 수준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의 예금보험한도는 2001년부터 5000만 원으로 유지돼 왔다. 1997년부터 1998년 8월까지는 당시 외환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은행·보험·증권·종합금융사·저축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호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고 전액보호에 따른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만 원 한도를 설정했고, 이후 5000만 원으로 높였다.
20년이 넘게 5000만 원 수준이 유지되면서 금융권에서는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여러 국가가 시장의 안정과 예금자 보호 강화를 위해 은행업권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예금자보호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실제로 국내 은행에서 계좌당 5000만 원을 넘는 예금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예금의 60%를 넘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은행에서 계좌당 5000만 원을 넘는 예금은 2017년 724조3000억원(61.8%)에서 작년 6월 1152조7000억 원(65.7%)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5조4000억 원(10.7%)에서 16조5000억 원(16.4%)로 높아졌다.
특히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예금자 피해 우려가 나오면서 한도 상향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국회에는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취지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1건 발의돼 있다. 법안 대부분이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 원 이상의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업종별로 보험금 한도를 차등해 조정하자는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한도 상향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자금 유입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면 예금자가 금융기관의 ‘건전성’보다 ‘고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강해져 수신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권으로 은행의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이는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들은 그만큼 예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한도 상향이 예금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금융기관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를 통해 예금보호한도가 확대될 경우, 목표 규모 상향이 필요해져 보험료율 인상 압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예금보험료(예보료) 인상을 초래해 결국 예금자의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예보는 예금자보호기금(부보예금)을 조성하기 위해 각 금융사 예금 잔액의 일부를 보험료로 걷고 있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저축은행 0.4%, 증권·보험·종합금융사 0.15%로 차등화돼 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SVB 사태 이후인 3~4월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연달아 발의됐는데, 지금은 관심도가 떨어진 상태이긴 하다”면서도 “현재 TF를 통해 한도 상향 여부나 수준 등을 내부 논의 중이고,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정부 입장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예금자에 대한 보호 확대 효과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한도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한도 상향 논의 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 개별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의해 예금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상호금융기관의 예금보호한도에 대한 상향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