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청약경쟁률 올해 2개분기 연속 상승…’청약불패’ 서울이 흥행 주도
지방 64% ‘청약 미달’…싸고 입지좋은 곳만 몰려 ‘쏠림현상’ 지속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들어 새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2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연초 청약시장 침체와 미분양 사태를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비교적 양호한 분위기다.
다만 서울 등 일부 단지는 청약 수요가 대거 몰리는 반면, 지방은 분양가와 입지 등에 따라 청약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며 시장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 분양가 계속 오른다…서울은 ‘청약불패’ vs 지방 64%는 ‘청약미달’
20일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공개된 청약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5.1대 1이던 전국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분기에 10.9대 1로 높아진 뒤 3분기 들어서는 현재까지 평균 12.1대 1로 상승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오르던 시중은행 금리가 올해 소폭 하락하며 일반 매매시장의 구매심리가 일부 회복됐고,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이 이어지며 서둘러 청약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연초 고금리와 경기 침체,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따른 미분양 공포로 후폭풍이 우려됐던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금융시장 사전 안정화 조치로 매매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상승하면서 청약시장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별, 단지별 편차는 여전히 크다.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 ‘청약불패’에 가깝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5개 단지가 분양된 가운데 강북구 미아동 엘리프미아역 2단지 한 곳만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했을 뿐, 14개 단지는 모두 청약이 마감됐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2분기 평균 49.5대 1에서 3분기 들어서는 103.1대 1로 치솟았다.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호반써밋 에이디션’ 아파트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2.7대 1, 전용면적 84㎡A형은 524.6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하반기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
대통령실 이전과 국제업무지구 등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용산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신규 분양 단지인 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높은 시세차익이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달 16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단지 ‘래미안 라그란데’는 1순위에서 46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7천24명이 신청해 평균 79.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팀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앞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며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대기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곳으로 축소됐고, 분양가 상한제 지역 역시 분양가가 오르는 추세여서 ‘오늘이 가장 싼 분양가’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가점(만점 84점)은 올해 평균 61점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8월의 평균 청약가점은 70점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시장은 철저히 분양가와 입지 등에 따라 청약 결과가 갈리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올해 총 34개 단지가 분양된 가운데 47%인 16개 단지가 청약 미달됐고, 인천은 올해 분양된 10개 단지 중 미달률이 80%(8곳)에 달한다.
지방은 64개 분양단지 중 64%인 42곳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부산의 경우 10개 분양 단지 중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서 분양된 ‘푸르지오린’, ‘디에트르더퍼스트’,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디아이엘’, 해운대 우동 ‘해운대역푸르지오더원’ 등 인기 지역 4곳은 1순위에서 마감됐고, 6개 단지는 청약 미달했다.
전국적으로는 총 123개 분양 단지 가운데 56개 단지는 마감됐고, 54%인 67개 단지는 미달했다. 미달 단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셈이다.
다만 건설사들이 다양한 판촉으로 선착순 분양에 매진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감소 추세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6만6천388호로, 전월보다 3.6%(2천477호)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올해 초 7만5천가구까지 불어나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3월부터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 연말까지 16만여가구 분양 대기…’되는 곳만 된다’ 청약 쏠림 지속될 듯
이 같은 청약 양극화 속에서도 정비사업 조합 등은 일단 상반기 미뤘던 물량을 하반기에 쏟아낼 분위기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연내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총 16만4천226가구에 이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분양된 11만2천여가구에 비해 5만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연초 우려에 비해서는 분양시장이 비교적 선전하자 건설사들도 공사비 갈등이 없거나 입지가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분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며 “다만 현재 계획이 잡힌 것의 일부는 인허가 일정이나 청약 시장 분위기 변화 등에 따라 이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을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분양가 상한제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눈길을 끈다.
부산에서는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청약자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하반기에도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공식적인 미분양 물량이 1만가구 이상인 대구에서도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어 미분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상반기에 비해서는 분양시장이 다소 호전된 모습이지만 예년에 비해 금리 부담이 여전히 높고, 집값 하락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며 “좋은 입지에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는 청약자들이 몰리겠지만 비인기 지역 또는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등 양극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팀장은 “지방 중소 건설사의 PF 부실이 여전해 청약시장의 불안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입지나 분양가 등을 따져보고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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