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기소’ 공소장 살펴보니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황욱정 KDFS 대표가 가족과 함께 조직적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아내가 탈 외제차를 회사 명의로 구매하고 자녀의 개인 사무실 임차료를 대는가 하면, 이들을 직원으로 등재해 수억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20일 본지가 확보한 검찰 공소장에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 대표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수억 원을 지출하거나 성과급 명목으로 자신과 임원에게 14억 원을 빼돌리는 등 총 48억 원을 횡령한 정황이 세세하게 명시돼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황 대표의 가족들은 KDFS 소속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다른 직원들처럼 근태 관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 그곳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봐 왔다.
황 대표의 아들은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에 개인적으로 사용할 사무실을 회사 명의로 임차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이 부동산중개수수료 162만 원과 인테리어 및 사무가구 구입비용 약 830만 원, 약 11개월간 임대료 1800만 원, 관리비 210만 원 등 총 9600만 원이다. 대학원 부동산관리 최고경영자과정 수강 수업료도 회삿돈으로 해결했다.
수사 결과, 황 대표의 딸은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도 KDFS 직원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2020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기본급과 성과급, 휴가비, 명절비, 성과급 등으로 총 3억700만 원을 챙겨갔다. 특히 매년 성과급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성과급 총액만 약 1억3000만 원이다.
아들 역시 지난해 6월부터 KDFS에서 1억4000만 원가량의 급여를 받았다. 올해 1월엔 성과급으로 6000만 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들이 받은 허위급여만 4억4600만 원이라고 보고 있다. 또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해 6400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황 대표의 가족들은 KDFS에서 제공되는 업무용 차량도 사용했다. 아들은 GV80, 아내는 아우디 A6 차량을 이용하며 차량 구매비용 각각 9800만 원과 7500만 원을 회사가 부담하게 했다.
심지어 이들은 업무와 무관한 김치냉장고 구입 비용 470만 원도 KDFS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밖에도 개인적 용무를 위한 식대와 물품 구매비용, 진료비도 회사 법인카드로 처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황 대표가 사적 관계인 지인들에게도 법인카드를 공유했다고 적시했다. A 씨는 KDFS 법인카드를 받아 2020년 부산 기장에 있는 숙박시설에서 91만 원을 결제했다고 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A 씨의 KDFS 법인카드 결제 금액은 1억5100만 원에 달한다. A 씨 외에 다른 3명에게도 법인카드를 넘겨줬고 이들은 각자 수천만 원씩 결제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이들이 KDFS 등에 끼친 피해액 규모가 48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에 넘겨진 황 대표의 첫 번째 공판기일은 다음 달 18일이다.
황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1일 구속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향후 KT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구현모·남중수 전 KT 대표 등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로 발생한 KDFS의 수익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KT 전·현직 임원들에게 흘러갔고, 이 과정에서 두 전직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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