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증시는 약세를 이어갔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3%를 넘어서며 2007년 11월 이후 거의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0.8%씩 하락하고 나스닥지수는 1.2% 떨어졌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이날까지 3일 연속 1% 이상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17일 종가 1만3316은 지난 7월31일 올들어 최고치 대비 7.2%까지 떨어지게 됐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2가지 측면에서 주식에 타격을 가한다. 첫째, 무위험 자산인 국채의 수익률이 올라가면 위험자산인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진다.
주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6%인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라면 원금 손실의 리스크를 안고 주식에 투자할 때 3%포인트 더 높은 수익률, 즉 리스크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로 올라가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2%포인트로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증시가 지난 7월말까지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이다. 밸류에이션이 올라가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상태에서 국채수익률이 올라가니 주식 매수세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국채수익률이 올라가면 기업이 창출할 미래 순이익의 현재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래 순이익을 국채수익률로 할인한 값이 현재가치이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올라갈수록 할인율이 커진다. 국채수익률 상승이 성장주에 더 직격탄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채 금리, 추가 상승 여지 충분
주식 투자자들에게 나쁜 소식은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배런스도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번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진데다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 금리 인하는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트레이더들의 금리 전망을 보면 여전히 9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6.5%로 압도적으로 높게 보고 있다.
또 11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3.7%로 높게 예상하고 있다. 다만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지난주 73%에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아울러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연준이 내년 5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현재 시장에 반영된 기대가 어긋나면 국채수익률이 더 올라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 인하에 따른 국채수익률 하락(국채 가격 상승) 기대감이 꺾이면 트레이더들이 현재 단기채보다 금리가 낮은 장기채를 더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없고 조만간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 않는다면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높을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월가 전문가들은 장기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10년물 금리, 작년 10월 고점 넘을까
BMO 캐피털마켓의 금리 전략 담당 부사장인 벤자민 제프리는 배런스에 10년물 국채수익률에 대해 “현재 모니터링해야 할 진정한 지지선은 지난해 10월21일의 장 중 고점인 4.335%”라고 지적했다.
애즈버리 리서치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존 코사르도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333%를 넘어서면 (이전 금리 사이클의 고점이 뚫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다음 지지선은 5%”라며 “이것이 큰 변수”라고 말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래스는 명목 국채수익률과 함께 실질 국채수익률도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질 국채수익률이란 명목 국채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것으로 물가연동채(TIPS) 금리로 측정한다.
TIPS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뒤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인플레이션에 관계없이 지급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보장된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0년물 국채의 실질 금리는 1.979%로 2009년 3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콜래스는 실질 국채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2~2.7% 사이였다며 현재 실질 국채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표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대 인플레이션이 2.3%라는 점을 감안하면 2~2.7%의 실질 국채수익률은 4.3~5%의 명목 국채수익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콜래스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5%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장기 금리 쇼크는 아직 갈 길이 남았고 장기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증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앞으로 몇 주일간 시장이 험난한 시기를 맞을 것이란 우리의 믿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채권, 올해 수익률 마이너스 전환
현재 어려움을 겪는 것은 주식 투자자만이 아니다. 채권 투자자 역시 채권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 국채 지수는 지난 3월 미니 은행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국채의 연율 수익률이 손실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최근 높은 금리로 발행된 국채를 매수한 투자자들만 만기까지 보유시 연율 5% 남짓의 고수익을 무위험으로 보장받아 행복한 상태다.
다만 캐피털그룹의 채권 사업개발 이사인 라이언 머피는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주식과 채권 모두 큰 손실을 입었던 지난해와 같은 자산시장 침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첫째는 국채수익률이 이미 높은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0년물 국채수익률 8월에 2.6%에서 시작해 10월말 장 중에 4.33%를 넘어서며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금은 6개월물 국채수익률이 이미 거의 5.5%에 달하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 중에 4.3%를 넘어섰다.
둘째는 연준이 이미 금리를 5.25~5.5%로 올려 놓았기 때문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고 해도 그것으로 긴축 사이클은 끝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처럼 긴축 사이클이 한창 진행 중인 상태가 아니다.
풍부한 MMF 자산이 안전망
셋째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이 많아 채권 및 주식시장에 잠재적인 안정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MMF 자산은 지난 9일까지 일주일간 5조57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캐피털그룹의 머피는 “흥미로운 점은 MMF에 2차례에 걸쳐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라며 “한번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큰 자금 이동이 있었고 또 한 번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지난 12~18개월간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MMF에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산이 늘었고 이후 1조1000억달러의 자금이 MMF를 떠나 채권시장 등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국채수익률 상승이 미국 경제의 약화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국채수익률이 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 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간 잔인한 여름이 더 이어질 수는 있지만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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