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계획 입안 동의율 67%→50% 완화
소유주 25% 반대, 사업 취소 ‘퇴로’ 열려
“사업 탄력 받겠지만, 찬반 갈등도 심화할 듯”
앞으로 주민 절반만 동의해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추진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올리고 주택공급을 앞당기겠단 복안인데, 주민 찬반이 엇갈리는 후보지도 적지 않아 이 같은 완화 요건이 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5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담긴 ‘정비계획 입안 동의율’을 기존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주민동의율 기준이 종전 67%에서 50%로 낮아진다. 단 토지면적 기준 ‘2분의 1 이상’ 요건은 기존대로 유지한다. 시는 오는 25일까지 주민 열람공고를 거쳐 다음 달 시의회 의견 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후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비계획 입안 요건 완화와 함께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퇴로도 마련된다. 시는 토지등소유자 15% 이상이 반대하면 구청장에게 입안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토지등소유자 25% 이상 또는 토지면적 50% 이상이 반대할 경우,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중단하고 후보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신속한 추진이 가능한 곳은 빠른 구역 지정을 통해 주민이 주체가 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드리고, 반대가 많은 구역은 재검토 등을 통해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추진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속 제도개선 및 행정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을 공공이 지원해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주택공급 모델이다. 통상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 이상 걸리지만, 신통기획을 통하면 2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올 상반기까지 총 82곳(재건축·재개발 포함)이 신통기획에 참여했다.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곳은 8곳이다. 시는 내년 12월까지 75곳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마무리한단 목표다.
사업 초기 단계인 후보지는 이번 정비계획 입안 요건 완화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통기획은 주민 동의 30% 이상을 확보해야 사업 신청이 가능한 만큼 이미 대상지로 확정되고 기획안이 마련된 지역들이 관련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에선 이번 요건 완화로 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주민 절반만 동의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지만 반대로 주민 4분의 1만 반대하면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 때문에 신통기획에 대한 찬반이 나뉘는 구역에선 외려 정비사업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단 지적이다.
한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신통기획은 속도는 빠르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자유롭지 못하단 점이 걸림돌”이라며 “공공의 지원을 받더라도 사업성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게 아니고 공공기여(기부채납)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도 크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빠른 속도가 특징인데 이번 입안 동의율 완화로 정비구역 지정까지 기간도 대폭 줄게 됐다. 사업이 순항하는 곳들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압구정3구역처럼 서울시와 갈등을 빚는 곳이 생기면서 신통기획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반대 동의 10%만 얻으면 신통기획 신청을 철회할 수 있고, 25% 반대만 얻으면 진행되던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됐다”며 “이미 찬반이 나뉘어 혼선을 빚는 상황에서 문턱을 더 낮추면서 내홍을 겪는 후보지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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