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 따로 공지하지 않거나 별도의 표기 없이 슬쩍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성행,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2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25일부터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 외 음료 10개의 가격을 300~500원씩 인상했다.
인상 폭이 가장 큰 품목은 ‘망고프라페’로 레귤러 사이즈 한 잔이 기존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1% 올랐다. 이밖에 오렌지자몽주스는 6000원에서 6300원으로 오렌지·자몽에이드는 5500원에서 5800원으로 인상됐다.
투썸플레이스는 이번에 인상을 단행하면서 외부에 별도 안내 공지를 내지 않았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공식 가격 인상 안내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홈페이지에 ‘팝업 메시지’ 형태의 사전 가격 인상 공지를 인상 시작일로부터 일주일 전부터 당일까지 걸어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메시지는 바이러스 침투 등의 우려로 인터넷 팝업창을 미리 차단해두는 소비자들의 경우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음료 소비가 많은 여름철이라 투썸플레이스의 이번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인건비·운송비 등을 비롯해 매장 제반 운영비 상승으로 인해 오렌지자몽주스, 자몽에이드, 오렌지에이드 등 음료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의 제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구미젤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하리보는 지난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사 일부 제품의 중량을 100g에서 80g으로 20% 줄였다. 하리보는 2021년 자사 제품 가격을 평균 11.1% 인상한 뒤로 제품 가격을 유지해오고 있었는데, 올해는 원부자재값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져 결국 용량 축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11일부터 ‘고향만두’의 무게를 최대 16% 줄여 판매하기 시작했고, 올해 4월 오비맥주는 캔맥주 한 캔의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기존 375㎖보다 5㎖ 줄인 370㎖로 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로 식품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상을 선언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용량을 축소하거나 재료를 저렴한 것으로 바꾸는 우회로를 택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고지 없이 용량을 줄여도 포장 표시와 일치하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을 두고 식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감을 줄이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식품 용량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며 “식품업체는 사전 공지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와 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 입장에선 제품의 중량을 변경하면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속는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다”며 “현재로선 고지 없이 제품의 용량이 줄어드는 걸 규제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따로 없으니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잘 파악하고 꼼꼼히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