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나라살림 적자가 83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6월에만 적자 규모가 30조원 넘게 늘었다. 정부가 밝힌 적자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예상보다 기업실적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경기도 불투명한 만큼 향후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재정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수치로 전반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준다. 적자 규모는 지난 5월 말 52조5000억원에서 30조5000억원 늘어났다.
통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월에 가장 많고 이후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2분기 주요 세입이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리재정수지가 정부가 애초 제시한 전망인 58조2000억원보다 24조8000억원(42.6%)이나 많다는 점이다. 2020년(110조5000억원), 2021년(79조7000억원), 지난해(101조9000억원)에도 6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커졌지만 이때는 모두 전망치 안에 들어왔다.
정부 예상을 벗어난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원인은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수 부족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소득세 감소다. 법인세는 6월까지 걷힌 법인세는 4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8000억원(26.4%) 적다. 같은 기간 소득세도 11조6000억원 적은 57조9000억원이 걷히는 데 그쳤다. 부동산 거래감소로 양도소득세가 줄어든 게 결정타였다. 부가가치세(-3조4000억원), 종합소득세(-2조4000억원) 등도 영향을 끼쳤다.
기재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기말 각 부서가 지출을 독려하는데, 6월에는 특별하게 들어오는 세목이 없어서 6월에 많이 악화가 되는 편”이라면서 “7월 부가세가 들어오고 연말로 갈수록 개선되는 경우도 있고 하반기 경기가 좋아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상치를 벗어난 것에 대해서는 “세수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세수수입이 증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상당 수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연초 예상과 달리 하반기 경제회복 속도가 더뎌서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효과도 저조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6월 대중 수출액의 경우 105억달러로 전년 동기(129억6000만달러)보다 19.0% 적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전망치를 계속 내리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을 1.5%에서 1.4%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6%에서 1.5%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1.5%에서 1.3%로 조정했다.
총지출은 57조7000억원 줄어든 35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1차추경(16조9000억원)과 2차추경 소상공인 손실보전금(23조원)으로 지출이 늘었지만, 올해 코로나19 사업이 축소되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총수입은 국세·세외수입이 감소하면서 전년보다 38조1000억원 감소한 296조2000억원이었다.
중앙정부 채무는 1083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3000억원 줄었다. 7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누적기준 116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간 총 발행한도(167조8000억원)의 69.3% 수준이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