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쌀 수출 금지로 국제 쌀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이 출렁이는 가운데 밀 대체재 역할을 했던 쌀 가격마저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상승)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4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방콕 쌀은 지난 7월 27일 기준으로 톤(t)당 607.50달러에 거래되며 2012년 5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세계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가 그달 20일에 바스마티를 제외한 대부분 품종의 쌀 수출을 금지한 뒤 일주일 만에 가격이 62.50달러나 올랐다.
엘니뇨 현상으로 쌀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의 강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점도 쌀 가격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농무부는 2023~2024년 수확기 말까지 전 세계 쌀 재고가 2017~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인 1억7042만t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 이변으로 재고 예상치가 추가 하향 조정되면 쌀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밀 가격도 오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7월 말에 부셸당 7.70달러를 넘으며 2월말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밀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공격할 때마다 급등했다가 다시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 연일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밀 가격이 폭등하는 속에서도 쌀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를 완화했다. 그러나 올해 쌀 가격마저 오르면 식량난을 완화할 수 있는 대체재가 사라진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빈곤국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UN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의 19.7%가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2010년보다 77% 증가한 약 2억8100만명에 해당한다. 빈곤국의 생활고 문제는 정치·사회 문제로 비화하며 국제 사회에 또 다른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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