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
대형 고객사를 잃었고, 실적도 악화됐지만 여전히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징동팡(BOE)이 조 단위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의 이목이 쏠린다.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내준 LCD에 이어 OLED까지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징동팡은 올해부터 3년간 연구개발(R&D)에 500억 위안(한화 약 9조원)을 투입한다. 플렉시블(휘어지는) AMOLED 개발에 9조원을 쏟아부었던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도 주 투자대상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다. 첸 얀�� 징동팡 회장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지속 추진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의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징동팡, 션젼씨화씽광(CSOT), 티엔마, 비전옥스, 화잉커지 등 중국 5대 디스플레이 업체 중 4개사가 적자를 냈다. 특히 징동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28% 감소했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24.77% 줄었다. 품질 문제로 애플에 아이폰 15용 OLED 공급이 불투명해졌으며, 법정 분쟁 중인 삼성전자와의 거래 물량도 대폭 줄었다.
불황을 무릅쓴 징동팡의 투자는 OLED 시장 주도권을 빼앗아 오기 위한 초석이다. LCD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OLED를 낙점하고, 출하량과 투자를 늘려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징동팡을 마중물로 다른 기업들도 OLED 투자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자오준 션젼씨화씽광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잉크젯 OLED(기판에 소자를 인쇄한 OLED)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든든한 지원군도 갖췄다.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 TV·휴대폰 업체다. 화웨이나 하이신(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자국 LCD·OLED 패널의 투입량을 늘려가고 있다. 징동팡의 상반기 플렉시블 AMOLED 출하량은 처음으로 5000만개를 넘어섰으며, 티엔마도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AMOLED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는 국내 기업이 비교우위를 갖춘 분야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분야는 자동차와 게이밍 모니터, 초대형 TV다. 이 시장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지속 확대가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세계 차량용 OLED 시장이 2029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니터용 OLED 출하량도 지난해 16만대에서 2024년 174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래 OLED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은 각각 1, 2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니쿠퍼에 탑재되는 원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도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는 현존 패널 중 가장 빠른 응답속도를 갖춘 게이밍 OLED를 내놨으며, 3분기부터 삼성전자의 대형 OLED TV에 W(화이트)-OLED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게이밍 모니터, 초대형 TV용 OLED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단연 앞서 있는 분야”라며 “아직 중국 기업과의 OLED 기술력 격차가 있을 때 선제적 투자를 통해 더 차이를 벌려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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