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2분기 美·유럽 매출 100% 이상 신장
중국-비중국 매출 비중 역전…”中 의존 탈피 가속”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K-뷰티’를 이끄는 대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에서의 계속된 실적 부진 속에 미국·유럽 등 비중국 해외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근래 기울여온 해외시장 다변화 노력이 과중한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매출액은 1조30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0.4% 늘었고, 영업이익은 -109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은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봉쇄로 최악의 실적을 보인 지난해 2분기에 대한 기저 효과로 크게 개선됐으나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더딘 중국 내 매출 회복세 속에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에 따른 리오프닝 국면에서도 중국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면세 채널 매출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한 여파가 컸다.
이런 가운데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비(非)중국 시장에서는 가파른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해외 매출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룹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090430]의 2분기 해외 매출 현황을 보면 북미 시장이 7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60억원) 대비 2배로 늘었다. 1분기(629억원)보다도 1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10월 인수한 미국의 고급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가 꾸준히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으며, 라네즈와 이니스프리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라네즈는 지난해 7월 아마존의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프라임데이’ 때 뷰티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1∼12일 진행된 올해 행사에서도 베스트셀러 브랜드에 올랐다.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역시 현지 소비자 성향과 기호를 고려한 리브랜딩(Rebranding) 캠페인을 지속 전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시장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5%에서 지난해에는 12.1%로 급상승했다. 올해는 2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시장에서도 매출이 59억원에서 132억원으로 123%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 대부분은 명품 뷰티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기록한 것이다.
최근 한류와 맞물려 K-뷰티의 몸값이 부쩍 높아진 일본 시장 역시 30%대 신장세를 보이며 아시아 시장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 시장의 하향세 속에 비중국 시장의 매출 효과가 부각되면서 콘크리트처럼 단단해 보이던 해외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때 60%를 웃돌던 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51.5%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마의 50%’ 선이 깨지며 42%까지 급락했다.
반면에 비중국 시장 비중은 지난해 48.5%에서 올해 2분기 58%까지 상승해 중국을 뒤로 밀어냈다.
업계에서는 중국과 비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 역전 현상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26일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키움증권의 조소정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비중국 채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향후 해외 채널 다양화와 리브랜딩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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