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주식 비중 줄이라는 오랜 투자조언
최근 미국서는 통하지 않아
고령 투자자들 여전히 주식 선호
베이비붐 세대 주식 보유 비중 56%
애플 등 장기 투자, 예금보다 낫다는 인식 커진 영향
미국에선 오랜 기간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법칙이 있다. 바로 ‘100-나이의 법칙’이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만 위험자산에 투자하라는 이 법칙은 나이가 들수록 주식투자와 같은 위험을 줄이고 금이나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에선 이 법칙이 통하지 않고 있다. 뉴욕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만, 고령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 매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주식 보유 비중은 올봄 56%까지 올랐다. 80세를 넘보는 이들은 주식 보유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90년대 이후 다시 한번 주식에 뛰어들고 있다. 또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4월 65세 이상의 63%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치는 50%를 조금 웃돌던 2000년대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주식이 점점 안전자산으로 변모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특히 대형주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불안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고, 고령 투자자도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일례로 콜로라도에 거주 중인 한 전직 변호사는 올해 74세지만, 20년 넘게 애플에 투자하고 있다. 2001년 9월 26일 애플 주식 500달러어치를 처음 매수했던 그는 100-나이의 법칙대로라면 보유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26%로 낮춰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애플 주식은 가장 안전하게 돈을 둘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 사이 애플 주가는 700배 넘게 올랐고 시가총액은 올해 3조 달러(약 3839조 원)를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자에겐 도중에 주식을 파는 게 더 위험한 일이었던 셈이다.
반면 일본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100-나이의 법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일본 개인 금융자산의 30%에 해당하는 600조 엔(약 5445조 원)이 65세 이상의 예금으로 묶여있다.
닛케이는 “주식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일본에선 100-나이의 법칙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애플처럼 경기순환을 넘어 성장하고 고령자의 ‘돈 둘 곳’이 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시장은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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