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저출산·고령화로 혈액 수급 불균형 문제가 커지면서 인공혈액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정부·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사람에게 직접 수혈하는 혈액은 안전성 등의 이유로 다른 사람의 헌혈로만 공급받을 수 있는데, 헌혈자의 65%를 차지하는 10∼20대 인구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수혈 연령층인 50대 이상 인구는 증가하는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외출 자제와 단체 헌혈 감소로 혈액 보유량이 3일분 미만일 때 발령되는 혈액보유 주의경보가 2020년 한해에만 13차례 발령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헌혈 없이도 안정적으로 수혈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료계의 큰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이미 2021년 ‘K-블러드 파밍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인공혈액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집중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상 적용 가능한 최첨단 인공혈액 제제 생산을 목표로 2023∼2027년 1단계로 다부처 공동사업을 통해 임상용 인공혈액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2027년부터 2단계로 임상연구·시험을 지원하며, 2032년부터는 3단계로 수혈용 인공혈액 대량생산 기술 확보 사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세포기반 인공혈액(적혈구 및 혈소판) 제조와 실증 플랫폼 개발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업계도 인공혈액 개발을 향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 개발 기업 입셀은 지난 19일 한마음혈액원과 ‘만능공여 인공혈액’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만능공여 인공혈액은 희귀 혈액으로 알려진 Rh-O형 혈액으로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적혈구 분화·탈핵·성숙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혈액제제라는 것이 입셀의 설명이다.
입셀은 한마음혈액원을 통해 Rh-O형 혈액을 확보해 올해 안에 식약처,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가이드라인에 맞춰 Rh-O형 유래 적혈구 분화용 유도만능 줄기세포은행을 구축해 분화 효율이 좋은 2개 이상의 세포주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입셀은 지난 5월 대웅제약[069620]과도 인공 적혈구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유전자교정 기술 기업 툴젠[199800]은 유전자교정 동물 연구기업 라트바이오와 함께 인공혈액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교정 소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 유전자교정 소는 인간의 항체가 반응하는 주요 항원들을 유전자가위로 제거했고, 이 기술이 인공혈액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툴젠은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혈액이 사람에게 수혈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헌혈을 대체할 수 있으려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고효율의 세포 분화·증식 기술이 필요하다.
증식능력이 뛰어난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적혈구로 분화시킬 수도 있지만, 이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공 적혈구와 혈액 속 적혈구 간 구조를 일치시키기 위한 탈핵화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동물 혈액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기술의 경우에는 수혈액 대량 생산이 가능할 수 있지만, 면역 제어가 필요하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은 29일 “헌혈 혈액은 앞으로 더 부족해질 것이고 또다른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연구개발과 상호보완을 통해 최적의 인공혈액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유성 한마음혈액원장은 앞서 입셀과 MOU 체결식에서 “국가가 직면한 혈액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공동개발 및 협력 방안에 대해 항상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인 자세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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