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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한미 금리차에도 환율 하락…”시장 예상 부합, 충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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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인상은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것이고, 최근 한미 금리차 자체가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충격이 약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오는 9월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만큼, 향후 원·달러 환율이나 자금유출 불안이 커질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와 최근 경기 부진 우려 사이에서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힘든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미 금리차 ‘2%p’…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4원 하락한 1271.1원에 개장했다. 간밤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포인트 올려, 한국(3.50%)과의 차이가 최대 2%포인트 벌어졌으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FOMC를 앞두고 1283.4원까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하락 전환하면서 최근 1270원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한은은 이번 FOMC 결과는 예상에 부합했으며,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 등으로 미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재는 “향후 Fed의 금리 결정이 데이터 의존적임을 재차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Fed의 다음 행보로 쏠린다. 파월 의장이 이날 9월 FOMC에서 금리를 더 올릴지, 동결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Fed의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란 입장을 유지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이날 오전 현지정보 보고서를 통해 “파월 의장이 6~7월 중 데이터가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금리인상 여부는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언급한 점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 점 등이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가 2%포인트로 벌어지긴 했으나 Fed가 추가 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한은 역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침체 우려가 큰 국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제2의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5개월 연속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이 순유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은이 단순 한미 금리차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美추가 인상 시 한은도 긴축 불가피…”지금도 살얼음판”

다만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추후 원·달러 환율 급등과 자금유출 우려가 다시 커질 수도 있다. 한은 워싱턴주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Fed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선택지를 유지하면서 정책금리 인상 조건과 시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음달 발표될 미국의 7월 CPI가 반등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곡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Fed가 9월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빼 들 수 있는 셈이다.

한은 입장에선 한미 금리차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로 든 것이 ‘Fed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이 부총재도 이날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및 경기상황과 이에 따른 정책기대 변화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유의해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금리차 2%포인트도 위험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정도 수준의 금리차를 유지하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며 “한국처럼 자본시장이 상당히 개방된 국가에서 사전적인 위험 요소를 키우는 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 물가가 아직 안 잡혔기 때문에 추가 인상 가능성은 있다”며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자본의 유출이 발생하고 국내 외환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텐데 우리나라가 그런 충격을 감내할 역량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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