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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시장 내몰리는 저신용자…”협박당해도 신고도 못 해요”

이투데이 조회수  

연합뉴스

# 30대 주부 A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법사채로 50만 원을 빌렸다. 문제는 6개월간 5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갚았지만, 아직도 300만 원이 남았다며 사채업자가 지속해서 전화로 압박하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도 전화해 알리겠다는 협박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한 번은 사채업자가 남은 300만 원을 성매매 알선을 통해 갚게 해주겠다고 요구해 A 씨는 불법사채에 손댄 것을 후회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부업계마저 이들을 외면하자 결국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대부업 신규 대출액(개인대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조640억 원 규모였던 신규 대출이 하반기 5570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처럼 대부업의 신규 대출액이 급감한 것은 조달비용이 늘어나면서 대부업체들이 대출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자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 10개 대부업체 중 하나인 A 사의 경우 작년 12월 기준 조달금리가 5.63%에 대손설정 11.03%, 모집비용 2.86%, 관리비용 5.6% 등 영업비용을 더하면 25.12%가 소요됐다. 하지만 현재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막히면서 ‘역마진’이 발생해 대부업체들도 더는 신규 대출을 해줄 여력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업의 신규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대부업체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소형 자본의 영세대부업체들이 뛰어들면서 2017년 말 8084곳에서 작년 말 8818곳으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일부 불법사채업자들이 등록대부업체를 함께 운영하는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명 ‘바지사장’을 통해 대부업 등록증을 빌려서 일정 금액을 대가로 지불하고 등록대부업체를 등록한 뒤 대출 요청이 들어오면 한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채업쪽으로 유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업을 쉽게 등록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등록대부업체를 함께 운영하는 이유는 포털사이트 등에서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포털사이트에서 대부업을 검색하면 업체명이 뜨기 때문에 문의 전화가 오게 되고, 이렇게 연락이 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채업으로 유도해 수배~수백 배의 이자를 갈취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32시간 이수한 뒤, 손해보상책임보장제도를 가입하면 된다. 이후 등록신청서를 작성해 영업장이 소재한 시·군·구의 해당 대부업등록 담당에게 제출하면 14일 내로 등록증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이후 관할 세무서에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면 가능하다. 이처럼 절차가 다소 간단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다보니 불법 채권추심과 관련한 피해상담 및 신고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법 채권추심 관련 피해상담 및 신고건수가 902건으로, 1년 전보다 1.96배 증가했다.

사채 피해자들은 경찰이나 금감원 등에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나 가족들을 이용해 협박하기 때문이다. 자칫 신고했다가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질까 봐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사채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검거되더라도 처벌이 약해 보복을 할까 오히려 더 두렵다”며 “나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까지 피해가 갈 것을 생각하면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차라리 대부업계를 더 활성화해 사채와 같은 불법사금융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희곤 의원은 “대부업, 이른바 3금융권 기능이 제약되면서 여기서조차 밀려난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은 고스란히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소액, 생계비 목적 대출 등 일정 범위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과 연동한 법정 최고금리의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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