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시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사기 여파가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문제도 심화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수요가 줄면서 서울에 새로 짓는 빌라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처럼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도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내 신축 빌라 건축 허가 건수는 총 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104건 대비 약 76% 급감한 수치다.
올해 누계 기준으로 살펴보면 1~5월 서울에서 건축 허가가 난 신축 빌라는 총 165건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같은 기간 623건과 비교하면 74% 줄었다. 허가 건수는 올해 1월 47건에서 2월 32건, 3월 28건으로 연속해서 줄다가 4월 33건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5월에는 25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빌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면서 빌라를 지으려는 건축주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빌라 전세 거래 건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477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7388건 대비 35% 줄었다. 아직 이달 말일까지 신고 기한이 남아있지만, 최근 거래량 감소 추세는 뚜렷하다.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3월 6803건을 기점으로 4월 5742건→5월 5363건→6월 4777건 등 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달은 현재 기준 1926건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역전세 심화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도 늘어나면서 빌라 전세에 대한 인기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서울 보증사고 건수는 총 519건으로 집계됐다. 1월 294건과 비교하면 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사고금액도 754억 원에서 1381억 원으로, 83% 대폭 늘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빌라를 짓기 위한 토지가격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재비가 오르고 있고, 금융 비용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전세사기 등으로 빌라에 대한 인식까지 나빠지면서 현재 빌라 공급자들이 사업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라 전세 시장 위축이 계속되면서 반대로 월세 선호 현상은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2030세대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대학가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수요가 늘면서 평균 월세도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지역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5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52만4000원 대비 8.21% 상승한 수치다.
특히 평균 월세가 60만 원이 넘는 대학가는 지난해 6월 기준 단 한 곳도 없었다가 올해 3곳으로 늘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지역의 평균 월세가 65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인근 60만5000원, 중앙대학교 인근 60만3000원 등이었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장은 “역전세, 깡통전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월세 수요가 높아지고, 이는 곧 월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대학가 인근 지역 월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교 인근 지역의 월세는 지속 상승할 것으로 분석돼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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