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업계에서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명품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명품계 ‘큰 손’으로 떠오르자 업계도 패션쇼부터 팝업 전시회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5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가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원), 1인당 325달러(약 40만원)로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한 해 1인당 명품 구입액은 각각 280달러(약 35만원)와 55달러(약 7만원)로 한국과 비교해 소폭 낮았다. 대표적인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까르띠에도 지난해 한국 시장 매출이 유일하게 직전 연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국내 명품 시장은 유례없이 빠르게 확장하는 중이다.
한국 시장을 주목한 명품 브랜드들은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셀럽들이 여러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패션쇼와 팝업 전시회 등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은 지난 4월 한강 잠수교에서 ‘2023 프리폴(Prefall) 패션쇼’를 개최해 1600여명의 관람객을 모았으며, 이후 서울 강남구의 ‘이스트도산’에서 한 달간 프리폴 컬렉션 사전 판매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는 루이비통의 국내 패션쇼로는 2019년 이후 두 번째이며, 프리폴 패션쇼는 이번이 처음으로 개최된 행사다.
여기에 최근엔 서울을 주제로 한 루이비통의 여행 서적 ‘패션 아이’ 서울편이 발간돼 화제였다. 태생부터 여행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은 루이비통은 1998년부터 ‘시티 가이드’, ‘트래블 북’, ‘패션 아이’ 등의 여행 서적 3종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그간 시티 가이드와 트래블 북을 통해 서울이 소개된 적은 있었으나 패션 아이 서울편이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루이비통 여행 서적 3종에 모두 등장한 6번째 도시가 됐다.
구찌도 지난 5월 서울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했다. 구찌가 국내에서 패션쇼를 연 것은 1998년 최초의 국내 매장을 개설한 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4월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이화여대 서울 캠퍼스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디올의 국내 패션쇼는 2007년 ‘디올 창립 60주년 패션쇼’가 열린 이후 15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명품 업계에서 한국을 주요 국가로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국내 명품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이전보다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며 “각종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명품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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