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 등 자체설비 보유 ‘완전 MVNO’ 전환 물망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할 ‘메기’로 ‘완전 MVNO'(자체 설비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를 낙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가 차선책으로 기존 알뜰폰 업체를 지원, 체급을 키워 기존 이동통신사와 경쟁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알뜰폰 사업자(MVNO) 한 곳 이상과 가입자 확인 모듈(HLR) 장비와 소비자 관리·과금 시스템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를 뜻하는 MVNO는 자체 이동통신망을 갖추지 않고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망을 임대한 뒤 자체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판매하는 통신사업자다.
이 가운데 완전 MVNO는 요금부과 체계 및 가입자 정보 관리 등에 필요한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를 뜻한다. 현재 이동 통신 3사 자회사를 제외한 국내 알뜰폰 사업자 41곳 가운데 완전 MVNO는 태광그룹 계열 한국케이블텔레콤이 유일하다.
통신업계에서는 스테이지파이브와 세종텔레콤[036630] 등을 신규 완전 MVNO 후보로 꼽고 있다.
카카오[035720] 알뜰폰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최근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 개통과 자가 개통, 요금부과 내재화 등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민원기 전 과기정통부 2차관을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위원회 의장으로 영입하면서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프라 투자 관점에서 주요하게 보고 있고, 정책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자가망을 보유하고 있고 제4이동통신사업자 도전에 나서기도 했던 세종텔레콤도 완전 MVNO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내년 4월 1일자로 통신사업부문 물적분할(100% 자회사 분할)을 앞두고 있어 MVNO 사업엔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된 사업자 가운데 리브모바일, 토스모바일 등은 내실 다지기 쪽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최근 전국망 주파수 할당 가격을 약 740억 원까지 내리고, 외국인 사업자의 국내 통신시장 진입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업자’를 유치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업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가 통신 시장에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라면서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기존 통신사업자와 인수합병으로 사라진) 신세기통신, 한솔PCS 사례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가계 통신비 인하에 대한 압박이 큰 상황에서 완전 MVNO를 하나의 ‘출구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기정통부가 이달 초 발표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도 MVNO 사업자가 전체 통신 시장의 22.8%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경우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등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완전 MVNO 사업자 ‘원앤원’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10%를 넘기면서 사실상 제4이동통신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알뜰폰 사업자들의 체급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규모 있는 사업자를 ‘카운터 파트너’로 키우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방향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체화되면 발표해 국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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