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X-선 관절염 치료기 개발 이강파 유머스트알엔디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관절염은 관절을 감싸는 연골에 문제가 생겨 발병한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우려가 커지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10~15%가 이 병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설립된 유머스트알엔디(UMUST R&D)는 관절염 치료 기기 연구·개발 분야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소프트(Soft) 엑스레이로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시제품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기기 이름(브랜드명)은 ‘에이머스트'(AMUST)로 지어졌다. 관절염 치료에 가장 필요한 기기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지난 11일 이강파(47) 유머스트알엔디 대표를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 진단 쉽지만 완벽한 치료법 없는 관절염
관절염은 간단한 문진과 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손상된 연골을 완전하게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치료법은 없다.
“60대가 되면 10명 중 3명꼴로 흔하게 앓는 것이 관절염입니다. 일반적으로 약물·물리 요법이나 수술로 치료하지만 완벽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통증을 더 유발하는 의료기기도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머스트알엔디는 저(低)에너지 엑스(X)-선으로 불리는 소프트 엑스레이에 주목했다.
X-선을 비롯한 전자파 방사선은 의료 영역에서 진단과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종래의 방사선은 고(高)에너지를 가해 염증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라서 주변 정상 세포까지 손상하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종래의 X-선보다 적은 에너지의 선량(線量)으로 인체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관절염 치료에 적합한 새로운 파장대의 X-선을 찾아냈다며 이를 적용한 것이 에이머스트라고 설명했다.
에이머스트는 탄소나노튜브 에미터(emitter)로 X-선 광원을 방출하는 프로브(Probe·손잡이 모양의 탐촉자) 구조여서 조작 방법이 단순하다.
프로브 형태의 광원 발생 기기에서 방출하는 X-선을 정해진 프로토콜(절차)에 맞춰 염증 부위에 조사(照射)하면 된다.
비접촉식으로 조사 부위에 국한해 관절의 심부(深部)까지 자극하지만 환자에게 통증을 주지 않으면서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염증이 염증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손상된 연골 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 에이머스트의 핵심 성능이라며 소프트 X-레이를 사용하는 관절염 치료기기를 선보인 것은 국내외에서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 X-레이는 치료 분야에서 사용했던 파장대가 아닙니다. 다양한 실험과 검증을 통해 관절염 치료에 가장 적합한 영역대의 파장 부분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소프트 X-레이가 존재했지만 지금껏 누구도 관절염 치료에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연구개발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된 지식들을 국제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동물 실험 통해 치료기기 효능 검증
유머스알엔디는 사람과 같이 관절염을 앓는 동물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시제품(AMUST-H, AMUST-Talent)을 만들어 성능을 검증해 왔다.
통계적으로 말(Horse)의 평균 수명은 30년 이상이다. 승용마의 경우 15살이 넘으면서 관절염에 시달리고, 반려견은 7살 정도가 되면 관절염을 앓기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대표는 말 관절염 치료용으로 만든 모델로 제주대 말 병원, 부산 마사회 마리병원, 이천 말 특구의 J&C 동물병원과 함께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80%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반려동물 치료용인 에이머스트-탈렌트 임상 시험은 연내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사람 관절염 치료용 시제품도 완성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대로 정부 당국의 승인을 거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는 의약품보다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국산 의료기기 산업 육성 정책으로 인허가 절차가 많이 간소화돼 연구·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대표는 동국대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한 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에서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에 몰두하다가 세계적인 의료 벤처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품고 창업했다고 한다.
건국대 창업보육센터에서 3명으로 출발한 유머스트알엔디는 창업 3년 차인 2021년 서울시 스타트업 지원 시설 서울창업허브 창동에 입주했다.
이후로 카카오벤처스,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등에서 잇따라 투자를 유치해 본격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박사 인력 4명을 포함해 10여명이 몸담은 연구기업으로 성장한 유머스트알엔디는 에이머스트 시제품 완성을 계기로 몸값이 치솟았다.
이 대표는 벤처 캐피털 업계에서 평가하는 자사의 기업가치가 150억원대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창업허브 창동 입주 전과 비교하면 150배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투자유치 금액은 10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에이머스트 상용화에 성공해 2025년 이후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이오는 IT(정보기술) 분야와 다르게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시장입니다.”
이 대표는 자사 매출이 코스메슈티컬 중심으로 현재 연간 2억원대로 크지 않지만 에이머스트 양산 체제에 돌입하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머스트알엔디는 화장품과 의약품의 중간 형태인 코스메슈티컬 개발 사업을 함께 영위한다.
연구 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매출 기반의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만 300만 명이 관절염을 앓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 기술을 계속 개발해 나갈 겁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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