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준 45조원으로 소폭 감소했던 나라살림 적자가 한 달 만에 5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적자 규모는 정부의 연간 전망치에 육박한 수준으로 세수 결손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재정동향에 따르면 5월 누계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52조5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수치로 전반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적자 폭은 직전월 45조4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58조2000억 원)의 90.2%에 달하는 규모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늘어난 배경은 근본적으로 부동산 침체와 기업실적 악화 장기화로 관련 세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특히 ‘3대 세목’ 중 법인세 감소 폭이 가장 크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실적 저조가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1~5월 법인세수는 4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0조9000억원) 대비 17조3000억원 줄었다.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으로 소득세(-9조6000억원)를 비롯한 부가가치세(-3조8000억원) 등 역시 감소하면서 국세 수입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원 덜 걷혔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역시 기업실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는 8월 법인세 중간 예납분 역시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2억달러로 지난달 흑자전환에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 부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여건 악화가 누적되면서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1.6%에서 1.4%로 낮췄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적자 흐름이 하반기까지 장기화할 경우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117조원)을 넘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도 늘어나는 재정 적자에 하반기 재정 지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경기 하방을 주도했던 반도체 수출 등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하고 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소로 지적했다. 정부는 이미 대규모 세수 부족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오는 8월~9월 사이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상저하고 흐름으로 나라 살림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3~2018년에는 1분기 관리재정수지가 연말까지 이어진 바 있다”며 “연초 수지가 나빠지는 이유는 세입이 천천히 들어오고, 지출이 증가하는 영향으로 하반기 경기 흐름이 좋아지면 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수입은 256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7조원 줄었다. 총지출은 코로나 사업 축소,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소 등으로 전년동기 대비 55조1000억원 감소한 287조4000억원이었다. 중앙정부 채무는 1088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6조원 늘었고, 전년 말 대비로는 55조3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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