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험 적용에도 年900만원
일부 환자, 뇌 부종·미세출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를 정식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레켐비는 뇌 속의 ‘아밀로이드베타'(Aβ)라는 단백질 찌꺼기를 제거하는 약이다. 임상 3상 시험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위약군 대비 약 27% 늦췄다.
레켐비는 비싼 약값으로 미국에서 논란을 샀다. 제약사가 설정한 약값은 1년 투약에 2만6500달러(약 3500만원)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환자인 노인이 부담하기에는 비싸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레켐비 약값인 2만6500달러를 두고 “양심이 없다”(unconscionable)고까지 표현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약값이 자신들의 추정치인 3만7600달러(약 4900만원)보다는 낮게 설정됐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미국 보험청(CMS)은 허가 발표 직후 레켐비의 보험 적용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약값의 80%를 보험 당국이 부담한다. 미국에서는 65세가 되면 노인 의료 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에 자동으로 가입되므로 사실상 대부분 환자가 혜택을 본다.
보험 적용에도 1년 투약 비용은 약 9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사협회 내과학회지(JAMA)는 주(州)와 추가 보험 여부에 따라 환자가 레켐비 투약 비용으로 1년에 6600달러(863만원)를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JAMA는 레켐비가 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JAMA 연구에 따르면, 환자 8만5700명이 레켐비를 투약하면 연간 20억달러의 메디케어 지출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레켐비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의료 비용을 낮출 거라는 예측도 있다. 레켐비 투약이 늦어져 환자의 치매 증상이 악화하면 오히려 더 많은 의료 지출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부작용 이슈도 레켐비가 돌파해야 할 난관이다. 레켐비 투약의 주요 이상반응은 뇌가 붓는 증상(부종)과 내부의 미세출혈이다. 실제로 레켐비 임상 과정에서 환자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다만 FDA는 환자 사망이 레켐비 투약과 연관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매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신약이다. 레켐비에 앞서 ‘아두헬름’이라는 치료제가 먼저 나왔으나 낮은 효능과 높은 부작용으로 보험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장됐다. 레켐비는 치매 진행을 근본적으로 늦추는 세계 최초의 신약인 셈이다. 리처드 오클리 영국 알츠하이머 협회 연구 부국장은 이를 두고 “알츠하이머 치매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레켐비의 2028년 예상 매출은 45억달러(약 6조원)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중에서 가장 가파른 매출 성장세다. 에자이는 레켐비 치료 대상이 되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가 2032년 약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약값을 1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시장 규모가 30조원에 이른다.
레켐비는 한국에도 들어온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지난달 초 레켐비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아시아 지역 규제기관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건 일본·중국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이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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