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압구정 식품관 리뉴얼…롯데, 영플라자 맛집으로 재단장 검토
식품관 찾은 고객 10명 중 6∼7명은 다른 물건도 사…집객에 효과적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백화점 업계가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에 따른 실적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식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식품은 과거 경기 불황 때도 효자 상품으로 분류됐고, 다른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연관 구매율도 높은 만큼 주춤하는 성장세를 끌어올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 식품관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작했다.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신세계[004170]는 강남점의 기존 식품관 면적 2천200여평에 센트럴시티 내 파미에스트리트와 면세점 강남점이 철수한 공간 등을 더해 국내 최대인 6천여평 규모로 식품관을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백화점의 식품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4천500여평인 더현대서울인데 이보다 1천500여평 더 크다.
신세계는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파미에스트리트 일대를 재단장하고 국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채워 넣어 백화점 식품관으로 향하는 새로운 ‘간판’ 역할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기존의 면세점 공간에는 국내 최대 수준의 와인 전문관과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모은 푸드홀을 조성하고, 푸드홀 전용 프라이빗 멤버십을 만드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신세계는 강남점을 찾는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한데 모으고 상품 구성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압구정 본점의 식품관을 18년 만에 재단장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한 식당들은 회전율이 높은 푸드코트가 주를 이루지만, 현대는 이곳을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과 디저트 브랜드로 채웠다.
직접 음식을 받아오는 ‘셀프서비스’가 기본인 푸드코트와 달리 이들 매장에서는 주문한 음식을 직원이 자리까지 가져다주고 테이블에서 휴대전화로 주문과 계산을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또 11월까지 추가 리뉴얼을 거쳐 에스프레소 바와 디저트 브랜드 등을 추가로 들이고, 식품과 어울리는 리빙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영플라자를 식음료 중심으로 리뉴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점이 명동 상권에 해당하는 만큼 영플라자 전체를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을 겨냥한 맛집으로 채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가 이처럼 식품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객을 끌어모으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백화점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도 이런 추세가 잘 드러난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4월 19∼21일 만 20∼59세 성인 4천명과 국내 주요 백화점을 최근 3개월 내 방문해본 소비자 1천명을 조사한 결과, 방문 목적으로 물건 구매(38.8%·1위)는 물론 외식(15.6%·2위)과 장보기(10.9%·4위)를 주로 꼽았다.
백화점에서 쇼핑 외에 가장 많이 경험한 것은 외식(87.1%)이었다.
외식 목적으로 방문한 경우 10번 중 6.1번은 추가적인 소비도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식품 연관 구매율도 각각 71.2%와 65.2%였다.
고객 10명 중 6∼7명은 밥을 먹거나 장을 보러 백화점을 찾았다가 다른 물건도 사서 집에 갔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 등이 감소하면서 객단가가 줄어들면 고객 수를 늘려 매출을 방어해야 하는데 식품이 고객이 매장을 찾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백화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식품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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