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고장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일명 ‘K-칩스법’)을 개정해달라는 업계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중고장비 도입이 필요하지만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져있어 선뜻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3일 반도체업계는 새 장비 뿐 아니라 중고장비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적기 투자’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진 후 아직까지 회복이 안되고 있다”며 “새 장비의 경우 8인치(200mm) 웨이퍼는 24개월,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18개월씩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투자해도 2025년은 돼야 장비가 반입될 판인데, 중고장비라도 구입하려 했더니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 빠져 있어 기업 부담이 크더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전력 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8인치 웨이퍼와 DUV·EUV 노광장비 신규제작 수량이 업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노광장비는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데 필요한 장비다. 8인치 웨이퍼 리드타임은 기존 10개월에서 최근 24개월로 늘어났다. 노광장비 역시 리드타임이 기존 6개월에서 최근 18개월(1년6개월)로 길어졌다.
장비 납입 기한이 길어지면 반도체 업체들은 제품 개발·양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신규장비 납기가 늦어지자 가격이 신규장비의 80%가량 되는 중고장비라도 구입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중고장비의 경우 당장 구입이 가능하더라도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지난 3월 국회 문턱을 넘은 K-칩스법 발의 과정에서 기업 중고장비 절세 조항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법 24조 1항에는 “중고품 및 리스 투자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로 명시돼 있다.
업계는 지금처럼 장비 반입이 어려우면 반도체 업계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중고장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기업들이 적기에 장비를 반입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조특법상 내년 말이면 일몰되는 신규장비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도 일몰 기한을 연장하거나 아예 없애는 쪽으로 얘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정부는 반도체 중고장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국가 경제 생산능력과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효과가 확실한 제품을 대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중고장비는 기존 국내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이라 세액공제 혜택을 줘도 국가 생산능력,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중고제품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모호하고, 신규·중고제품 중복 절세 우려가 있는 데다 반도체 외 업종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는 점도 세액공제가 힘든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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