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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가계대출자 가운데 매월 빚을 갚고 나면 최소 생계비조차 남지 않는 한계차주가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175만명은 총부채상환비율(DSR)이 100%로 대출 원리금을 갚고나면 사실상 남는 돈이 ‘0원’인 대출자로 나타났다. 1845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자 수는 1977만명으로 집계됐다.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대출자 수는 4만명, 대출 잔액은 15조5000억원 줄었지만 감소율은 각각 0.2%, 0.8%에 그쳤다.
이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나타났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가계대출자들이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40.3%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계대출자 175만명의 경우 DSR이 100%를 넘었다는 점이다. 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더 많다는 의미다.
DSR이 100%를 넘는 대출자는 전체 대출자의 8.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 3분기(7.6%) 이후 매분기 상승하고 있다.
DSR이 70% 이상인 대출자 수는 299만명으로 집계됐다. DSR이 70%를 넘으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차주로 분류된다.
300만명에 이르는 대출자들이 빚을 상환하느라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DSR 70% 이상인 차주들이 받은 대출잔액은 764조8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4%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 이전인 2019년 말(678조3000억원)과 비교해 3년여만에 86조5000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그동안 가계대출 연체 규모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최근에도 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부담 증대로 신규연체 채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금융기관이 연체채권 정리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나 신규 연체금액이 정리 규모를 상회함에 따라 가계대출 연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기업 부채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향후 높은 금리수준이 지속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취약 차주 및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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