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컵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밀가루를 생산하는 제분업계가 7월에 출하가격 인하를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밀가루 가격 인하가 식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식품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3~4%에 불과하고 원재료가 밀가루만 있는 것도 아닌데 출고가를 낮추면 적자를 볼 수도 있다”는게 식품업계 입장이다.
제분사 “7월 출하가격 인하 검토”…구체적인 인하 폭은 미확정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등 7개 제분사와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동향 및 전망을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간담회에서) 제분업계는 밀 선물가격 하락과 물가안정을 위해 7월에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밀가루 공급가격 인하를 공식화했다.
다만 간담회를 앞두고 제분사가 밀가루 공급가격을 3~9% 낮출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구체적인 인하 폭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수입가격의 시차, 부대비용과 환율 상승 등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7월 밀가루 가격 인하 검토’에도 불구하고 실제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의 타깃이 된 라면 업체들은 생산원가 구조상 밀가룻값 인하만으로는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항변한다. 정부는 밀가루 가격이 3~9% 떨어지면 라면 제조사에 0.6%의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나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어서다.
힌 라면 제조사 관계자는 “신라면, 진라면 등 일반적인 국물 봉지라면 출고가격이 1개당 약 600원대인데 여기서 0.6% 낮춰도 3~4원 정도”라며 “차라리 유통사 행사를 통해 일시적으로 할인 판매하는 게 소비자에겐 훨씬 체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소맥분 공급가는 1톤당 266달러, 팜유는 1톤당 953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시세가 각각 20.1%, 37.5% 낮아졌다. 이 부분만 보면 정부의 원가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다른 원재료와 포장재 등 부재료 가격이 올라 제조사의 실질적인 원가 부담은 늘어난 게 현실이다.
일례로 농심 (404,000원 ▼500 -0.12%)은 올해 1분기 소맥분을 비롯한 원재료 매입에 2531억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 원재료 매입액은 2284억원이었는데 이보다 10.8% 지출액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포장재 등 부재료 매입액도 1012억원에서 1117억원으로 10.4% 증가했다. 업계 2, 3위인 오뚜기 (403,000원 ▼5,000 -1.23%)와 삼양식품 (104,900원 ▼1,600 -1.50%)도 비슷한 상황이다.
농심, SPC삼립 등 업계 1위 가격 내릴까…다른 품목과 역차별 논란도
통상 시장 가격은 업계 1위 업체의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라면 출고가는 농심의 결정이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농심 관계자는 “가격 인하 여부를 당장 결론내기 어렵다”며 “소맥분 외에도 다른 원재료 시세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라면 외에 빵과 과자류 등 밀가루를 사용하는 다른 가공식품들도 이번 제분사의 결정에 따라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단기 가격인하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제빵업계 1위인 SPC삼립 관계자는 “밀가루를 제외한 원재료값이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물가상승 여파로 인건비, 물류비 등도 대폭 올랐다”며 “가격 인하를 고려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생산원가가 저렴하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식품사들을 물가 관리 주요 타깃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빵, 스낵 등은 전형적인 ‘박리다매’ 구조로 원가를 낮춰도 소비자에게 큰 실익이 없다”며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다른 업종을 제쳐 두고 3%대 영업이익률인 식품사를 옥죄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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