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우리가 일상을 사는 방식부터 정치의 양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걸 변화시켰습니다. SNS가 인류에 미친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하겠지만 늘 그렇듯 명암이 혼재합니다. 애틀랜틱의 5월 23일 기사는 그 중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합니다. 바로 어린이의 프라이버시입니다. 귀여운 우리 아이 사진을 ‘카톡 프사’로 하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가 될까 싶지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SNS에 너무 많은 걸 공유하는 버릇이 있고 이는 육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아이들이 이제 커서 생각지도 못한 악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아기였을 때의 기록은 여전히 날 창피하게 만든다. 기저귀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뒤뚱거리며 걷는 사진, 음식을 먹는 대신 얼굴 전체에 문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하지만 나도 이젠 젊은이가 아니라, 이런 민감한 자료들은 물리적인 ‘(사진)앨범’과 VHS ‘테이프’ 형태로 부모님의 다락방 안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
내 초창기 온라인 활동(마이스페이스에 썼던 감성적인 글귀와 집에서 만든 뮤직비디오)은 인터넷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단순했던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데다가 너무나 고맙게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사라진 나의 인터넷 유품 중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깊이 안도한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어린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볼 때는 더더욱 안도한다. 이들은 나와 같은 운을 누리지 못할 것이므로.
작년 12월, 나는 올리비아와 밀리라는 어린 자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여는 틱톡 영상을 봤다. 커다란 선물상자에 담겨 있던 게 여행가방 두 개라는 걸 알게 되자, 4살 가량으로 보이는 밀리는 눈물을 터뜨렸다. (놀랍지 않지만 아이가 산타에게 바라던 선물은 여행가방이 아니었다.)
부모는 황급히 아이에게 진짜 선물은 그 여행가방 안에 들어있는 디즈니 크루즈 여행 4일권 티켓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밀리는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낯선 사람 900만 명이 그 모습을 지켜봤고 수천 명이 댓글을 달았다. “이거 최고의 피임 광고네.” 누군가 쓴 댓글이다. (이 틱톡 영상은 이후 삭제됐다.)
20년 전이라면 가족들끼리 가끔 들춰내는 이야깃거리로 끝났을 일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친척들이 모여서 보는 비디오테이프로 그쳤을 테다. 그러나 지금은 몇 년 전에 별 생각없이 내린 결정(맥주 많이 마시기 사진이나 슈퍼에서 말싸움을 하는 영상)이 우리의 온라인 이미지를 결정지을 수 있다. 밀리의 부모 같은 요즘 세대의 부모들은 이를 알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더 많은 온라인 기록을 만듦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페이스북 시대(정확히 말하자면 모두가 가입할 수 있게 된 2006년부터다)의 아이들은 성인이 돼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모의 SNS 기록으로 인한 후과(後果)를 맞닥뜨리고 있다. 이미 만들어져 삭제할 방안이 없는 디지털 인격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이 많다.
케이미 배럿(24)의 어머니는 딸의 성장기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모조리 전체 공개로 썼다. 어린 시절 목욕하는 사진, 항생제 내성 세균(MRSA)에 감염됐던 일, 케이미가 사실은 입양아인 것, 케이미가 타고 있던 차를 음주운전자가 쳤던 일까지. (배럿의 어머니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로 인한 고통으로 배럿은 어린이 인터넷 프라이버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됐고, 올해 초 워싱턴주 의회에서 증언도 했다.
미국에서는 친권이 어린이의 프라이버시권에 우선한다. 사회적으로도 어른에 대해서라면 결코 하지 않을 정보나 사진 공유도 어린이에 대해서는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부모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다가 벌어진 사건이나 배변 훈련의 성공담, 아이의 첫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 잦다.
금지된 일도 아니다. SNS 플랫폼들은 진정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미성년자에 대한 신체적 학대, 미성년자의 노출 사진, 미성년자의 방치 및 위험에 대한 노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학대의 목적 없이 올린 콘텐츠도 아이들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온라인에 너무 많은 삶의 족적이 남겨진 아이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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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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