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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어머니’ 때문에 죽겠다는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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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가고자 했던 사업의 방향이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라면, 투자사들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장 돈을 벌 수 있게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서 팔라고 한다.”

벤처투자 혹한기를 뚫고 수백억대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투자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압박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투자사들이 지나치게 엑싯(투자금 회수)에 치중하면서 스타트업이 지향해온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있어 투자는 불가결한 요소다.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투자금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사업을 키우면서 고객 증대를 통해 수익을 실현한다.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여러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를 받는다. 지분을 나눠 갖게 되면서 VC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과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시어머니’ 같은 VC를 만났을 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투자유치 이후 사사건건 기업 경영에 참견해 안 그래도 힘든 업무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VC들에 대한 토로가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서 자주 들린다.

매주 또는 매달 투자금 운용에 관한 리포트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한다든가 채용·마케팅 등 사업 전략에 관해 수시로 보고받는 VC가 있다고 한다. 위에 있는 LP(출자자)들을 고려한 조치겠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은 의사결정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어쩌다 한번 집에 방문한 시어머니가 냉장고가 어지럽다느니 부엌이 더럽다느니 하면서 며느리에게 잔소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VC의 강점은 다양한 시장과 기업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시어머니가 아닌 바둑의 ‘훈수’ 역할을 할 때 VC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자신의 사업에 매몰돼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창업자와 달리 VC는 한발 물러나 더 큰 판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를 믿는 일이다.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수십 가지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은 24시간 회사만 생각하는 경영진이 당연히 VC보다 잘 내릴 수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과 돕지 못하는 일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좋은 VC의 요건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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