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천읍 스위스마을 전경/사진=김평화 기자 |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차로 30분 정도(약 20km) 이동하다보면 ‘스위스 마을’을 안내하는 작은 표지판이 나온다. 마을에 진입하면 곧바로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알록달록 4가지 색으로 칠해진 3층 주택 66채가 모여있는 제주 조천읍 와산리 제주스위스마을이다. 지난 13~14일 이 마을을 방문했다.
단지 곳곳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한 카페 테라스 테이블에는 함덕해수욕장 너머 수평선에 걸린 감귤빛 석양이 드리웠다. 스위스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은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돌며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남겼다.
제주 중산간 약 2만㎡ 면적의 ‘스위스마을’은 관광특화 타운형 코리빙하우스로 자리잡았다. 감귤밭만 늘어섰던 와산리에 변화가 생긴건 지난 2016년. 스위스마을 1·2단지가 차례로 들어섰고 이후 3·4단지까지 입주하며 현재 모습이 완성됐다.
분양받은 입주민 대부분은 1층은 상가로, 2층은 민박 등 숙박시설로, 3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한다. 주거와 수익활동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셈이다. 관광지이다보니 주로 카페와 잡화점, 옷가게 등이 입점했다.
제주 조천읍 스위스마을 전경/사진=김평화 기자 |
이 마을은 은퇴자들이 퇴직 후 마음 편히 주거와 경제활동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100세 시대’를 마주한 은퇴자들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해 태어났다. 은퇴 후 할일을 찾고 돈도 벌며 거주까지 해결하는 ‘1석3조’를 기대했다. 마을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현재 거주중인 강경래 스위스마을 기획총괄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존엄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할 일’과 ‘친구’, ‘취미’를 찾는 마을을 만들었다”며 “이주민과 제주 원주민, 관광객이 즐겁게 어울리고 소통하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취지에 맞춰 ‘살며, 일하며, 어울리며’ 살아가는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스위스마을에서 초콜렛 가게를 운영중인 윤은자씨(58)는 해양경찰공무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제주도에서 2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의 여유로운 삶이 만족스러워 스위스마을 건물을 분양받고 산 지 5년째다. 윤씨는 “제주의 여유로운 삶이 만족스러워 퇴직후의 삶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설계했다”며 “아름다운 마을에서 즐기면서 하는 소일거리가 있고 적당한 수익도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마을 초기에는 관광객들이 몰리며 전성기를 맞았다. ‘인스타그래머블(SNS에 올릴만큼 사진찍기 좋은)’ 사진명소로 알려지면서 하루에도 관광버스가 수십대씩 이 마을을 찾았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제주의 장점인 ‘자연’을 살리며 이웃과의 ‘어울림’을 중시하는 컨셉이 통했다. 이 마을 집들은 제주를 상징하는 빨강(동백), 주황(감귤), 노랑(유채), 초록(허브) 등 네가지 색의 옷을 입었다. 이런 건물들이 모여있다는 자체로 관광지가 됐다. 이 마을은 제주도 관광 안내 사이트인 ‘비짓제주’에 등록된 관광마을이다. 함덕해수욕장과 동백동산, 에코랜드, 사려니숲 등 관광명소와 인접한 지리적 강점도 힘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여파 등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점차 뜸해졌다. ‘어울림’ 측면에서도 삐걱이기 시작했다. 단순 투자목적으로 스위스마을 건물을 매입해 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마을에 오지 않았다. 이에 시설 일부를 민박으로 활용하려했는데 법적 문제가 생겼다. 농촌정비법에 따르면 민박사업자는 해당 건물에 직접 거주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민박과 상점이 영업을 멈추면서 스위스마을은 북적이던 전성기를 뒤로하게 됐다. 강 본부장은 “더 즐거운 인생 2막을 꿈꾼다면 직접 이주해 사는 편이 낫다”고 했다.
스위스마을은 재도약을 위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말부터 매주 일요일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앤틱 경매장터도 열린다.
스위스마을 안내 표지판과 플리마켓 안내 현수막./사진=김평화 기자 |
매주 일요일 오후 5시간 동안 열리는 플리마켓은 스위스마을 주민과 투숙객, 이웃마을에서 온 제주도민, 관광객들이 모이는 ‘장’이 됐다. 7주째 이어진 행사에 매주 300명 이상의 주민·관광객이 찾았다. 스위스마을 상가와 외부 판매자들을 합쳐 40여개 상점이 판매자로 참여한다.
사람들이 어울려 천막을 치고 버스킹을 하며 어울린다. 차주들은 단지 내 모든 도로를 안전을 위해 양보한다. 플리마켓이 열릴 때마다 ‘자발적 차없는거리’가 된다. 지역 농산물과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장터가 펼쳐지고 각종 강연도 열린다. 그림그리기, 매듭팔찌 만들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행사도 있다. 코리빙하우스의 핵심인 커뮤니티 기능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강 본부장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플리마켓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을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마을 단지 내 카페/사진=김평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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